(5)복싱-문성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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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하드펀처 문성길(23 목포대)은 새해들어 10년체증이 확 뚫린 듯 마음이 가볍다. 올해에는 세계선수권대회(5월 미국리노시)와 서울아시안게임등 복싱인생의 승부를 건 2개의 빅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지만 부담감이 없다.
지난 해말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고 특히 복서로서 갈림길이었던 프로진출문제를 깨끗이 해결했기 때문이다.
문은 지난 해11월 서울월드컵대회 밴턴급에서 3연속KO등을 거두며 대망의 금메달을 획득함과 아울러 베스트복서에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문은 이대회 우승으로 연금규정 동장에 해당, 매월 20만원씩을 받고 있다.
그의 펀치력에 감탄한 로모터들이 스카웃손길을 뻗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자신도 월드컵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프로에 뛰어들어 돈과 영예를 누려보자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너무나 통쾌하게 금메달을 차지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웃분(?)들이 프로 전양을 1년만 늦추라고 강력히 종용한 것이다.
집(전남영암군도포면)으로 내려간 문은 프로냐 아마냐의 갈림길에서 무척 고민했다. 특히 지난 해 11월 WBC슈퍼플라이급 챔피언인 일본의 복싱영웅「와따나베·지로」가 대구에서 윤석환을 6차례나 다운시키며 KO승을 거둘땐 속이 들끓어 당장 프로로 뛰어들고 충동을 느꼈다. 문은 평소에도 밴턴급 한계체중(54kg)에서 2∼3kg웃돌아 한체급 내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농사를 짓는 아버지(문동원 46)가 "명예도 좋고 돈도 좋지만 매를 맞고 돈을 버는 것은 좀 생각해볼 일이다"고 충고, 결국 문은 프로행을 1년뒤로 미룬 것이다. 목포대 졸업반인 문은 지난 연말 "코치와 과학적 지도법"이란 졸업논문을 내놓기도 했다.
"천부적인 강타자다. 경량급체급에서는 앞으로 펀치에 관한한 문성길만한 복서가 나오기 힘들 것 같다" 김성은 대표팀 감독은 문의 펀치력은 웰터급 이상의 파워와 맞먹는다고 평한다.
문은 체력도 엄청나게 뛰어나다. 태릉훈련원에서 매주 전선수에게 실시하는 5km크로스컨트리에서도 육상선수를 제쳐놓고 항상 1위를 차지한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쿠바 선수와의 대결이 우승의 고비인 것 같다. 또 아시안게임에선 건방진 얘기같지만 상대할만한 복서가 없는 것 같다. "고 호언하는 문도 국내의 라이벌 허영모에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눈치다.
허와의 두차례 대결에서 개운찮게 승리한 문은 오는 3월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또 다시 숙명의 일전을 벌일 허영모에 대해 "이번엔 멋진 승부를 펼치겠다"고 말하지만 "허의 테크닉은 뛰어나다. "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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