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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젊은시인 역작시집 출판|죽음과 속박서 인간의 자유를 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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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0대 초반의 두 젊은 시인이 최근에 내놓은 역작시집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시인 최승호씨는 그의 두번째 시집「고슴도치의 마을」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정환씨는 8년간의 작업끝에 시집 4권으로 된 방대한 장편연작시 「황색예수」를 완성했다.
두 시인은 다같이 자유를 이야기하고 있다. 죽음 등 인간내면의 구속으로부터의 자유와 사회·제도의 구속으로부터의 자유가 말해진다. 최씨의 경우 내적 자유가 강조된다면 김씨에게서는 외적자유에 더 중점이 주어지고 있다. 그러나 어느 한쪽에 기울어졌다고 말할 수 없으며 근본적으로는「인간의 자유」에 대한 천착이다.
최씨는 인간의 근본적인 내면의 문제인 죽음으로부터 자유스러워지려는 노력을 하고있다. 「고슴도치의 마을」에 실린 『희귀한 성자』라는 시는 그의 생각을 잘 말해주고 있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6척의 똥막대기.」최씨는 도나 선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종교적 세계속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평론가 유종호씨는『최씨의 시가 지칠 줄 모르고 보여주는 기본적인 모티브는 삶 속에 들어 있는 죽음의 의식』이라고 말하면서 그의 시『밤의 다리』의 한 귀절인「죽음에의 의지는 늘/큰 형님뻘인 삶에의 의지가 꾸짖고 달래주기 바란다」를 들었다.
최씨는 중병으로 사경을 헤맨 일이 있는 시인이다. 그는 그 죽음체험으로 해서 개안을 얻었다고 말하고 있다.
최씨의 시는 그러나 내면추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는 살아가는 이웃에 대한 애정을 보이려한다.
최씨는 국민학교 교사시절 탄광촌의 삶이 우리 시에서 그려지지 못했다고 생각하여 사북의 탄광촌학교로 자원하여 옮겨가 광부들의 생활 속에 살았다. 거기서 나온 시집이「대설주의보」였고 그 첫 시집으로 82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최씨는 2권의 시집이 모두 큰상을 받음으로써 젊은 유망시인으로 갑자기 부각되었다.
김정환씨의 「황색예수」는 인간구원의 존재로서의 예수를 흰색이 아닌 황색의 예수로, 또 오늘의 현실에서 나타나는 예수로 그려 보려했다. 김씨는「황색예수」의 앞부분인「탄생의 서」에서 「나는 이천년 전 베들레헴의 더러운 말구윳간에서 태어났으나/지금도 그대의 비참한 슬픔을 위하여/가난한 시골집에서도 태어납니다」라고 쓰고 있다.
문학평론가 임헌영씨는 『시공을 초월한 이 예수의 이같은 윤회적 탄생은 구원의 존재로서의 예수가 어느 사이에 샛노랗게 변한 모습으로 우리앞에 불쑥 나타나는 것이며 고난 받는 사람속에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임씨는「황색예수전」전편을 통해 김씨가 거듭 역설하는 것은「사랑」이라고 보고 고난받는 사람이 스스로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사랑을 실천해야함을 드러내고있다고 분석했다.
김씨는 「지울수 없는 노래」「좋은 꽃」등 시집을 내고 많은 작품을 발표하는 힘 좋은 시인이다. 그의 시는 최씨의 시가 형용사를 극도로 절제한 간결한 것인데 비해 열정과 격정이 넘치는 시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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