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올해 경제는 5차 5개년 계획을 마무리하면서 80년대 후반기를 새롭게 전개해야할 중요한 시점에 서게된다. 비록 안팎의 사정이 희망찬 결실을 기약하지는 않는다 해도 침체와 시련이 거듭되었던 지난해의 앙금을 걷어내고 새로운 활력을 되찾기 위한 태세정비가 어느때 보다 절실한 한해가 될 것이다.
지난해 우리경제는 이중·삼중의 어려움이 겹쳐진 어려운 해였다. 밖에서부터 거세게 몰아친 수입규제와 개방의 충격이 우선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한해는 시작부터 끝까지 규제와 개방의 공방으로 시종한 셈이다. 우리의 중요한 수출품목들잇달아 세계시장에서 각종의 보호장벽에 부닥치는 한편에서는 국내시장의 개방압력이 그 어느해 보다 집중되었던 한해였다. 특히 대미교역에서 두드러졌던 무역마찰은 수출산업의 전반적 위축과 침체로까지 번져갔었다.
그러나 정작 숨겨진 어려움의 바탕은 이런 외생적 변수에서보다는 안에서 찾아져야한다. 그 가장 큰 바탕은 80년대 이후 내내 계속된 국내산업의 효율저하와 생산성의 정체가 아닌가싶다. 국내산업의 효율저하는 다방면으로 분석돼야할 연구과제지만 기본적으로는 산업구조의 개편이 늦어진 탓으로 볼 수 있다.
70년대까지의 고성장을 주도했던 잠재력이 쇠퇴함으로써 새로운 성장주도산업이 대체해야할 싯점에 와서도 여전히 신투자와 기술개발이 저조한 한편에서는 이미 경쟁력이 없어진 부 실기업마저 공존함으로써 경제전체의 활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따라서 80년대 후반기의 과제는 산업의 효율화·경쟁화를 지향하는 산업재편성이 될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우선 경제내부에 온존되어 자원의 낭비를 재촉하는 부실산업의 정비부터 서둘러야 한다. 이와 함께 새로운 성장주도역을 맡을 부문을 과감하게 육성하고 신투자와 기술혁신을 크게 고무하는 일이 긴요하다. 지난 수년간 민간투자가 부진했던 큰 이유는 대외여건의 악화 못지 않게 국내적 투자환경의 미비와 불확실성의 증대 때문이었다.
전통적 투자의 수익성과 효율이 떨어진 반면 새로운 혁신투자의 리스크가 너무 높은 상황이 결국 전반적인 민간투자를 침체에 빠뜨린 셈이다. 이에 더하여 경제외적 상황까지 불투명하고 불안정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새해 경제는 무엇보다도 활기찬 민간의 혁신투자가 고무되도록 제반여건을 정비하고 환경을 개선해 주어야한다.
다행히 바깥의 여건은 달러화 약세와 엔화 강세에 더하여 국제원유가의 하락이 예상되고 있어 우리에게는 한결 부담이 덜어질 전망이다. 이런 국제환경의 변화를 잘 활용하면서 민간투자를 생산적으로 고무한다면 올해 경제운용 계획상의 경상수지균형과 당면과제인 고용문제해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함박눈에 마비된 귀경길>
신정 연휴 마지막날 갑자기 내린 눈으로 빚어진 전국의 교통마비현상은 당국이나 관계기관은 물론 시민 개개인들이 만약의 경우에 대한 대비를 얼마나 소홀히 했나를 여실히 말해 주었다.
새해 출근 첫날의 도시교통은 말할 것도 없고 모처럼 시골에 내러갔던 귀성객들의 귀경길은 생지옥을 방불케 했다.
고속도로의 차량행렬들은 거북이걸음으로 보통 10여 시간씩 지체돼 밤새도록 차안에서 고역을 치러야했고 곳곳에서 교통참사를 빚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됐다.
환불소동이 일어난 고속버스터미널에는 상경편을 잃은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애를 태우기도 했다.
제주도나 도서지방에 갔다 발이 묶인 도시사람들 역시 절박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발이 묶인 사람들은 그렇다손 치고라도 기다리는 가족들의 불안과 초조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고속버스터미널에는 수많은 가족들이 대합실을 서성거리며 도착하는 버스마다 우루루 몰려 가족들을 찾아 헤매기도 하고 방송뉴스에 귀를 기울이며 초조해 하는 모습들이었다.
그러나 막상 교통정보를 제공해 주어야할 버스터미널측은 단 한사람의 안내원도 배치하지 않았고 안내방송조차 해주지 않았다.
버스가 언제쯤이면 도착할 것이라든지, 지금쯤은 고속도로 어느 구간에 머물러있고, 교통사고는 나지 않았으니 안심해도 좋다는 등의 안내쯤은 있어야 하는데도 그 많은 사람들이 물어볼 곳도 없고 터미널 측은 그러한 정보도 갖고 있지 않았다.
정보를 제공해주어야겠다는 서비스 태세가 그러하니 그런 정보를 갖고 있을 턱도 없고 정보망의 구축도 해놓았을 리가 없다.
이같은 교통참상이 빚어진 큰 원인은 교통정보부재와 일기예보의 허술함 때문이었다.
폭설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10시간정도 만이라도 앞서 해주었던들 상경길을 서둘렀을 것이 아닌가.
고속도로에 눈이 내리면 톨게이트에서부터 도로의 사정을 알려주고 월동장비 구비여부를 묻는 것이 백번 마땅한 일인데도 통행료만 받고 차량을 마구 진입시켰다.
강설량 많기로 유명한 시카고시의 경우 겨울철만 접어들면 날씨뉴스가 뉴스의 첫머리를 차지하고 도로곳곳의 사정을 시간마다 시민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눈 치는데 성의를 다하지 못한 시장은 다음 선거에서 낙선을 각오해야 한다.
이번 폭설은 그런 의미에서 도로공사 뿐 아니라 교통당국과 시정책임자들에게 일대 각성과 교훈을 주기에 충분했다.
자가운전자들도 이런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월동장구를 준비하지 않은 한사람의 운전자 때문에 딴 사람들이 전전긍긍하고 교통마저 마비되고 마는 경우를 생각해 보라.
성숙한 자동차문화는 차를 모는 운전자들의 시민정신이 기초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민하고 자상한 문통정보의 공급시스팀의 구축을 당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