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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인의 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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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병인년의 글자 풀이를 보면 금년은 생기 발랄한 해가 될 것 같다. 「병」은 「밝을 병」, 「인」은 「펴 보일 연」으로 풀이되어 있다.
「병연」이나 「연연」은 『만물의 새 기운이 흙을 비집고 솟아오르는 모양』을 상상한 말이다. 뭇 생명이 용솟음 친다는 뜻이다.
십간이나 십이지에는 별명이 있다. 「인」의 별명은 섭제격으로 북두칠성의 「자루」를 나타낸다. 하력 이나 은력, 또는 주력으로는 정월, 2월, 3월 격이다. 신춘에 해당한다.
「병」은 유조라고 했다. 글자 뜻만으로 새기면 「부드러울 징조」다.
정 이월, 새 봄의 화기와 함께 부드러운 징조가 나타난다면 그 얼마나 흐뭇한 일인가.
간지의 유래는 3천여년 전 은 나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 중국의 하남성 안양 근방에 있는 은허에서 발굴 된 갑골문에 바로 십간 십이지가 새겨져 있었다.
십이지에 짐승 이름을 붙인 건 역시 중국이다. 『사물기원』(송나라 고승 편찬)이란 책에는 황제가 12 짐승을 골라 배합했다고 적혀 있다.
병인년은 십이지 중 쥐, 소 다음인 호랑이(호)의 해다. 중국이나 우리 나라는 바로 그 호랑이를 백수의 왕으로 친다.
중국의 전설에는 호랑이가 하늘의 추성이 변해서 된 짐승이라고도 했다. 추성이라면 북두칠성의 첫째 별이다. 이 별은 중추라고도 하는데 하늘의 중심이라는 뜻이다. 가위 호랑이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용이 날아가면 구름이 뒤따르고, 호랑이가 질주하면 바람이 따른다고 하는 말도 무슨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옛날 사람들의 명당 사상에선 청룡, 백호, 현무, 주작을 배치하여 호랑이를 서쪽에 자리잡게 했다. 서쪽은 가을과 관계가 있다. 백호는 서쪽과 가을을 지키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육당은 호랑이를 특히 「조선의 신수」라고 했다.
우리는 두 강자의 싸움을 「용호상박」이라고 하는데, 중국사람은 용 대신 두 호랑이의 싸움으로 비유하고 있다. 두 호랑이가 싸우면 둘 다 죽는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연암(연암=박지원)이 소설에 『호질』이라는 단편이 있다. 호랑이가 위선적인 선비를 엄하게 꾸짖는 장면이 나온다. 인수, 의수의 모습이다.
그러나 호랑이에 관한 극적인 일화는 『예기』에 있다. 남편과 자식이 호랑이에 물러가 슬피 우는 여인을 보고 자공이 『왜 이 고을을 떠나지 안느냐』고 물었다. 『여기엔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이라오.』
공자는 그 말을 듣고 「학정맹어호」라고 했다. 신년 덕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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