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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방전되지 않으려면…멍때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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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8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울리히 슈나벨 지음
김희상 옮김, 가나출판사
332쪽, 1만5000원

바쁘다는 건 무엇인가에 얽매였다는 뜻이다. 피로하다는 건 몸과 마음이 과열됐다는 의미다. 이런 상태에서 신선한 생각이나 창의적 행동이 나오고, 자신이 소중하게 느껴지겠는가.

독일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의 과학담당기자인 지은이는 100년 전이라면 모두가 ‘신경쇠약’ 진단을 받았을 것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활용해 취재한 결과 휴식이야말로 최고의 ‘정신면역 증강제’라는 결론에 이른다. 삶의 질을 유지하려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 쉬어야 삶이다. 휴식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문제는 쉬는 방법조차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지은이는 휴식은 참으로 다채롭다고 충고한 다. 무의미해 보이는 대화, 공허하게 느껴지는 게임, 단조로운 산책, 일상 속의 음악 모두가 우리를 비우면서 채워주는 휴식이라는 말이다. 현대의 초고속 성장 경제 논리에 휘둘리지 않은 모든 시간이 곧 휴식이다. 21세기에 멍 때림이 새삼 중요한 이유다.

책 속의 ‘번 아웃 신드롬’ 자가 진단 테스트를 해보면 놀랄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를 병으로 보지 않고 무시하면서 조금 지나가면 괜찮아질 ‘허약함’이나 ‘나태함’으로 간주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이다. 지금 지치고 무너져가는 자신에게 외려 “정신 차려”라고 윽박지르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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