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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문화계…성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여성정년제>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떠나야 하는가? 직장에서 뭇여성들이 당하는 온갖 성폭력을 개인적 수치로 숨겨야 되는가? 주부의 가사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는 얼마인가? 이런 의문은 86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며 과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과제다.
85년엔 「유엔여성10년」을 마무리짓는 사상최대의 세계여성대회가 열려 여성 문제가 세계적 관심사로 거듭확인되었지만 국내에서도 「25세 여성조기정년제철폐를 위한 여성단체연합회」(이하 여정연)가 구성되어 여성의 일할 권리에 대한 조사활동과 토론이 활발히 벌어졌다.
여성에 대한 차별정년문제를 본격적으로 따지게 된 계기는 전화교환원 김영희씨 사건.
여성교환원의 정년을 43세에서 50세로 늘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공로로 김씨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제정한 제1회 「오늘의 여성상」을 받았다.
회사원 이경숙씨 사건은 주부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기회.
재직중 교통사고를 당한 이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재판부가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결혼연령인 26세부터는 가사노동에 종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26세부터 55세까지는 일부 도시여성근로자의 하루임금 4천원씩을 인정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6개 단체는 7월15일 「여정연」이 주최한 연속토론회를 통해 김애실교수(외대)는 국내최초로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계산했는데 월46만원, 하루 최고 1만6천여원으로 밝힘으로써 상당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여정연」은 미혼 여성들의 취업욕구조사도 실시하여 미취업 여성의 97%가 취업을 바라며 취업여성도 91%는 결혼후에도 계속 직장생활하기를 원한다는 사실등을 밝혔다.
한국여협 홍숙자회장은 『올해까지의 유엔여성10년이 우리 여성문제에 대한 계몽기였다면 86년부터는 이를 바탕으로 한 행동시기가 되어야 한다』면서 『일부 여성들의 취미. 자선활동 위주로 운영돼온 상당수의 여성단체들이 본질적인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는등 체질개선중인만큼 앞으로는 각여성단체들이 연대의식을 가지고 정치적으로도 영향력 있는 압력단체로서 제구실을 해야만 가족법개정. 여성차별정년철폐 등 중요한 여성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할 수 있을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보호>
86년의 소비자보호운동은 사후약방문격인 보호운동의 현실을 어떻게 타파하느냐에 달려있다.
85년에 이루어진 대부분의 소지자단체의 건의는 당국의 후속조치와 연결되지 못한채 사라져버리고 있으며, 더욱 교묘해져가는 악덕상술에 미리 대처하지 못한 것이 사시이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소비자보호가 가장 절실히 요청되는 산간벽지의 소비자들에게는 정작 도움을 주지 못한채 도시중심으로만 전개돼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소비자 보호운동의 현주소다.
86년에는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과 함께 ▲소비자 협동조합법제정 ▲소비자 피해 보상기준마련등이 차례로 해결되어야 한다.
소비자 고발이 가장 많았던 5대품목은 가전제품(16.3%), 식품(10.6%), 의류. 섬유(7.8%), 출판(5.3%), 세탁물(5.1%) 특히 식품은 화장품. 주택 및 건축에 이어 3번째로 높은 고발증가율을 기록. 「간장파동」에 이어 소비자들이 관심이 높아졌음을 보여주었다.
이 「간장파동」은 양조. 화학. 혼합에 대한 뚜렷한 규정이 없어 빚어진 것으로 당국의 특별위생검실시와 함께 간장의 규격. 성분표시규정의 개정이라는 개가를 올렸다.
이밖에도 ▲내프킨에 대한 형광증백제 규격기준마련 ▲생수의 모든 공정을 전자동화하고 자동살균기와 자외선 살균시설 및 여과기 설치 의무화 ▲멜라닌 식기의 포름알데히드에 관한 검사항목개선등은 소비자단체가 실시한 시험분석을 통해 얻어진 주요성과로 꼽을 수 있다.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돼있는 크레디트. 금융거래. 보험등 각종 약관을 개성한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올해의 성과다.
올해의 소비자운동에서 특기할만한 것은 「소극적 보호」에서 「적극적 보호」로의 새전기를 마련한 것.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회장 김동환)이 갖가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초안을 발표한 「환자권리선언」이 바로 그런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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