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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처의 활용도를 보면…|경제정책에 학자들 입김 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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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학계·연구기관의 경제학자들이 국가경제정책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고 있을까. 경제부처에 따라서는 학계·연구기관의 전문가를 잘활용하는 부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학자들이 정책결정에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만제 재무장관이나 사공일 청와대경제수석처럼 학자출신으로 직접 관에 뛰어들어 대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어느 부처든 지간에 주요정책 결정의 북경에는 직·간접으로 경제학자들이 많이 등장한다.
경제학자들의 본격적인 현실적참여의 시작은 제3공화국시절의「평가교수단」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젠 부처별로 관변연구소를 독자적으로 거느리게 됐을 만큼 제도화됐다.
○…평소에도 학계와 가장 잦은 접촉을 유지하는 부처는 경제기획원. 5개년계획수립의 주무부서인데다 국가경제의 조타수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에 연구해야 할 것이 그만쯤 많아 학개·연구기관과는 부단히 접촉을 해야만 되는 것이다.
이렇다할 단골학자는 없으나 중·장기 주요정책을 결정할 때는 입안단계에서부터 KDI (한국개발연구원) 와 협업체제를 이룬다.
부총리자문관(KDI에서 파견) 이 비중있는 역함을 해낸다. 김기환해외협력외 기획단장과 사공일 청와대경제수석도 부총리자문관으로 있으면서 주요정책결정에 깊이 간여했었다. 현자문관 구본영박사는 부총리차원에서의 대외교섭문제와 KDI와의 공동연구 등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6차5개년 계획작업에는 조정위원장을 맡은 박승교수(중앙대) 를 비롯해 조정 (서울대)·박재윤(서울대)·김완순 (고대)·구본호 (한양대)·김적교 (한양대) 교수 등 이렇다할 만한 국내 경제학자들은 부문별로 총동원되어있다.
○…재무부도 학계를 비교증가율 활발히 이용하는 부처다. 김만제재무장관 본인이 학자출신인 만큼 재무부의 대학자 관계는 여느 부처보다도 원만한 편이다. 공적인 자문보다는 강관 개인친분이 크게 작용한다.
박영철교수 (고려대) 와 김병주교수 (서강대), 구본호교수 (한양대) 등과 자주 만나적이 없이 관심사를 의논한다.
지난해 CD (양도성경기예금증서)와 제도도입때는 이들로부터의 측면지원이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학자들과의 관계를 김장관 자신이 직접챙기며 같은 학자출신이며 전임장관인 남덕우무역협회장과 이승윤해외건설협회장과도 가끔 만나 주변일 등을 의논한다.
KDI가 기획원소속이지만 금융제도등 중요 연구과제의 용역을 맡기기도 한다. 세정쪽에서는 차병권교수(서울대) 가 오래전부터 단골 자문역을 맡아왔다.
○…한국은행을 중심으로한 금융계 또한 경제학자들과의 교루가 잦다. 특히 한국은행의 경우 금융통화운영위원회에 구본호, 유갑수(국민대), 박영철, 김일곤 (부산대)·전철환(충남대)씨등 5명의경제학자들이 주류를 이루고있어 금융정책 전반에 걸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있다.
그러나 금통위운영자체가 워낙 관주도형으로 되어온데다 중요 안건이 상정될 때에는 정식회의 이전에 간담회를 열어 사전 조정하는 방법을 쓰기 때문에 의원들의 소신이 그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금통위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주요금융정책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활동을 난처해하는 모호한 입장들이다.
한편 최근 들어서는 전국은행연합회측이 학계를 통한 금융제도개선연구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각종세미나와 저술·용역사업들을 경제학자들에게 맡기고 있다.
올봄에는 정운찬교수(서울대) 를 팀장으로「은행산업의 효율화방안」이라는 책자를 발간했고 외국학자들을 물러 두차례에 걸쳐 국제금융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동안 금융산업의 제도적인 개선책이 가장 자주 거론되었고 이에 따른 연구용역사업 역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던 만큼 이참에 금융을 전공한 경제학자들의 현실참여가 가장 두드러졌던 편.
○…상공부는 산하 연구기관인 KIET (산업연구원)의 자문에 주로 의존하는 편이나 전반적으로 재무부나 기획원에 비해서는 학계이용도가 덜한 편이다. 김광두교수(서강대) 등이 산업정책과 기술개발의 자문에 자주 응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공부자신의 이론무장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학계출입이 종전보다 찾아지고 있으나 학계 스스로도 산업정책분야를 전공한 학자가 드문 형편이다.
농수산부는 농축산물수입조정위원회등 10개위원회에 농경제학을 전공한 학자들이 대거 참석하고 있으나 주요정책결정자문은 역시 산하연구기관인 농업경제연구원 (KREI) 에 의존하고 있다. 정책관련연구로 가장 활약이 두드러진 학자는 허신행박사·최양부박사 등이 꼽힌다.
황인성장관이 취임이후 월례 조회 때마다 경제학자들의 특강시간을 마련, 그동안 조정, 박진환 (농협대)·박승, 반성환 (서울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한편 농경연과 한달에 한번꼴로 연구과제의 공동발표회를 새로 만들어 지난 5월부터 시작했다.
건설부는 교수들을 잔뜩 포함시킨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놓았으나 이름뿐이고 사실상 아무런 교류도 없는 상태. 그러나 국토개발연구원은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동자부는 장관자문관으로 있는 이회성박사 (동력자원연구소) 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장관의 정책자문뿐만 아니라 석유를 비롯해 에너지 전반에 걸쳐 정책결정에 깊숙이 간여하고 있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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