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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만번 칼의 떨림…10m 목판에 새긴 우리 땅 남도 300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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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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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 절로 나는 전시회가 김억(61)씨의 목판화전 ‘남도풍색(南道風色)’이다. 서울 인사동길 나무화랑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벽면을 꽉 채운 10m 대형 목판화(사진)가 보는 이 가슴을 사무치게 파고든다. 남도(南道) 삼백리가 장쾌한 기운을 품고 뻗어나가는 품이 오달지다. 들과 산, 계곡과 수목, 개울과 강과 관계 맺고 사는 사람살이가 목판 위에 수십 만 번 칼의 떨림으로 퍼져나간다. 산계(山系)와 수계(水系)가 명증하게 존재감을 과시하니 ‘이 땅 참 장하구나’ 절로 추임새가 터진다. 전시를 기획한 김진하 나무화랑 대표는 “작가의 목판화에 대한 모든 공력이 집중된 작품으로 판화로서는 국내 최대 대작”이라고 설명했다.

김억 목판화전 ‘남도풍색’

지난 30여 년 ‘국토’를 소재로 진경(眞景) 목판 지리지 작업에 매진해온 김억 씨는 “우리의 정신적 토대가 만들어지는 근원적 자리를 떠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부감(俯瞰)과 거시적 다시점으로 천착한 ‘해남 땅끝 마을’ ‘보길도 부용동’ ‘만덕산 다산초당’ 등 목판화 10여 점이 액자도 없이 바람에 날리는 듯 설치돼 남도에 와 있는 듯 관람객을 즐겁게 한다.

해남에 머물면서 강진까지 답사한 작가는 긴 여정에서 인연 맺었던 산하의 서정과 만남의 뜻을 작품으로 펼쳐낼 계획이다. 그는 “풍경으로 들어가고, 사람들과의 인연을 쌓고, 마침내는 마음을 넉넉하게 열면서 국토의 근원적 생명력을 몸으로 새롭게 만나고 기록하고 표현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전시는 19일까지. 02-722-7760.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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