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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모스크바접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작년 5월 김일성방소 이후 본격화한 북한·소련·중공 3각관계의 발전적 변화는 북한총리 강성산의 모스크바 방문으로 너윽 현저해졌다.
강성산은「리즈코프」수상,「고르바초프」서기장과 회담하여 경제·군사면에서 상당한 원조약속을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이와 함께 내년2월의 김일성 방소설이 모스크바 외교가에 나돌고있다고 한다. 86년2월은 소련공신당 제27회 당대회가 열리는 시기다.
소련은 작년의 김일성 방소때 김정일을 그 당대회에 초청키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왔었다.
어쨌든 평양·모스크바의 거리접근은 그동안 중공과의 소극적인 협력관계만을 유지해온 북한의 고립주의적인 대외노선이 적극적인 개방주의로 전환함과 동시에 중·소등거리정책으로 선회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소련에 접근해야할 몇가지 절박한 이유가 있다.
우선은 김정일승계에 대한 소련의 공식승인을 받아내는 문제다. 중공은 이미 이를 공식화했으나 소련은 내면적으로 묵인하는 입장만 표시했을 뿐 공식승인은 유보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4월 외상 김영남을 모스크바에 보내고 5월에 다시 박성철을 방소케하면서 끈질기게 추구한 것 중의 하나는 바로 김정일방소의 실현이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북한은 소련의 원조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합영법까지 만들어 서방세계에 투자의 문호를 열고 중공식 실용주의 정책을 쓰려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지극히 부진한 상태다.
그렇다고 중공이 북한에 경제원조를 제기할 여력은 없다. 그 대안은 결국 소련일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이 소련에 접근하는 가장 절실한 북경은 군사원조다.
북한은 소련의 무기체계를 채택하고 있어 무기원조는 소련만이 할 수 있게 돼있다.
북한의 무기와 장비는 지금 너무 구형에다 그마저 노후화해 있어서 이것을 신형의 신제품으로 바꿔야할 단계다.
북한은 근년들어 한국군의 전력이 증강되고 한·미·일협력체제가 강화되는데 그게 당확하여 대소접근을 서둘러왔다.
이같은 북한의 노력이 주효하여 평양·모스크바 관계가 급전돼 있고 그 결과 금년부터는 지난 72년 이후 중단됐던 소련 군사원조가 재개됐다.
지난봄 이래로 소련이 북한에 미그―23 전폭기와 신형탱크·미사일등을 제공한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소련으로서도 북한의 요구에 응해야 할 이유는 있다.
우선은 미·일·중의 접근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함께 반대하는 북한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더욱 절실한 것은 북한에 군사기지를 얻는 것이다. 이것은 블라디보스토그와 베트남을 연결하는 소련의 동아시아―태평양전략 방어선 강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소련군용기에 대해 북한상공의 비행권, 소련함정에 대한 남포항의 기항권 등을 이미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강화되는 북방3각 관계가 우리 이익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것은 우리의 외교노력여하에 따라서는 북한의 모험주의적 군사도발을 억제하는 강치도 될 수있 기 때문이다.
우리 당국이 변화무쌍한 북방정세에 민속하고도 현명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대처해나가기를 촉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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