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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저출산 문제, 대기업이 발벗고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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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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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가족친화포럼 공동대표
한미글로벌㈜ 회장

최근 중앙일보가 저출산 대책을 우리나라의 국가적인 어젠다로 설정해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국회와 더불어 저출산 캠페인을 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동안 정부나 정치권은 저출산 문제가 표와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관심이 적었다. 과거 10여 년간 약 15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합계 출산율은 오히려 낮아졌다. 백화점 식의 대책으로는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실시되고 있는 저출산 3차 대책의 경우 그간의 보육 중심에서 만혼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 보도된 한·일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40대 한국인의 55.6%가 ‘결혼을 안 해도 좋다’고 응답하고 있고, 특히 여성의 72.1%가 결혼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인센티브 지급으로 결혼을 빨리 하게 해 출산율을 높인다는 정부 정책의 방향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아마추어적 대책이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육아, 교육, 취업, 여성의 경력 단절, 삶의 질에 대한 인식 문제 등과 연동돼 매우 복합적이다. 또한 출산·결혼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변하고 있어 정부의 경직된 정책이나 대응 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이 힘들기 때문에 정부뿐만 아니라 언론이나 기업이 적극 나서야 한다. 저출산은 잠재성장률과 국가 경쟁력 추락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기업이 더 이상 정부 시책만 바라볼 상황이 아니다.

우선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현대차·LG·SK 등 대기업군이 저출산 문제에 발 벗고 나서 자체적으로 회사 내 합계 출산율 지표를 관리하면서 각 기업에 맞는 선도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 구글처럼 대기업들이 조직문화를 좀 더 유연하게 육성하면서 육아·보육·일과 삶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가족 친화 정책을 실시, 다른 기업에 전파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저출산 대책은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결혼율이 30% 정도 밖에 안 되는 프랑스나 북구권의 합계 출산율이 2.0에 가까운 사실에 주목하자. 네덜란드 등 북구의 경우 정식 결혼이 아닌 ‘동거’라는 가족 형태가 보편화 돼있고, 미혼모나 동거 가족에서 태어나는 자녀를 사회나 국가가 보육해주고 있다고 한다.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도 이런 현상을 직시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단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혼모 문제 해결의 중요 방책인 입양문화 개선과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아울러 우수한 외국인을 적극 수혈하는 이민정책의 대전환과 함께 일본처럼 인구문제를 전담하는 기관의 필요성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 후손에게 무기력하고 활력없는 국가를 물려줄 것인가, 아니면 생동감이 넘치는 지속 가능한 국가를 물려줄 것인가는 현재의 저출산, 결혼, 출산에 대한 급격한 인식 변화를 감안할 때 저출산 문제해결은 우리 세대가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다. 기업이 적극 나서야 할 때요, ‘출산 장려로 미래 가꾸기’ 캠페인을 범국민운동으로 전개해야 할 때다.

김종훈 가족친화포럼 공동대표 한미글로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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