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F 판정 "뒤죽바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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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무자격 주심의 경기운영미숙으로 판정번복의 소동끝에 정종관(25)이 IBF (국제권투연맹)플라이급 새챔피언이 됐다.
20일 부산 구덕 체육관에서 벌어진 타이틀매치 15회전에서 도전자 정종관은 챔피언 권순천(26)을 4회l분31초만에 TKO로 누르고 3번째 대결끝에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날 경기는 챔피언 권이 3회부터 오른쪽 눈언저리가 크게 찢어져 4회들어 경기를 속행할수 없게되자 일본인 주심「후지모또.야쓰지로」는 경기를 중단, IBF규정에 따라 무판정(무판정·노 디시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규가격에 의한 부상이라는 도전자측의 항의에 따라「빌·브레넌」감독관(미국)과 3명의 부심이 협의한 끝에 결국 25분만에 정종관의 TKO승으로 번복한 것이다.
IBF규정에는 우연한 버팅(머리로 받는것)으로 인한 부상이 생길땐 6회까지는 무판정 (WBA와 WBC는 3회) , 7회부터는 그때까지의 득점으로 승부를 가리게되어 있다.
또 정당한 가격에 의한 부상이나 고의적인 버팅에 의한 부상은 TKO로 판정이 된다.
이날 IBF타이를전의 단골심판으로 이름난 「후지모또」주심은 우연한 버팅으로 간주, 성급히 무판정을 선언했으나 주심은 이날 흥분한 나머지 규정을 어기고 말았다.
규정에 따르면 주심은 경기를 운영하되 판정을 내릴수있는 권한은 없다.
따라서 주심은 이날 자신의 소견(우연한버팅)을 감독관에 통보, 최종결정을 기다려야 했었는데 규정을 어기고만 셈이다.
이날 두복서는 초반부터 타격전을 전개, 3회중반 접근전에서 권의 눈언저리가 찢어져 두차례 링닥터의 검진끌에 경기가 중단됐다.
3회까지 3명의 부심(미국, 호주, 필리핀)은 똑갈이29-28로 권의 우세로 채점했다.
한편 6차방어전서 타이틀을 잃은 권측도 번복판정에 이의를 제기, IBF에 제소할뜻을 비쳐 두선수는 4번째 대결할 가능성이 짙다.
이제까지 국내에서 벌어진 세계타이틀 매치에서 판정이 번복된 사례는 3번째다.
지난 76년8월1일 부산에서 벌어진 WBC슈퍼밴텀급 타이틀전에서 염동균이 「리아스코」(파나마)에 2-1로 판정패했으나 관중들의 거친 항의끝에 번복됐다.
또 83년12월4일 문화체육관에서 열린 IBF주니어페더급타이틀 결정전서 서성인이 「베르나」 (필리핀)와 맞서 7회 버팅으로 부상, 「베르나」의 승리가 선언되려는 순간 한국측의 항의로 판정이 보류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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