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대학생시위 구호는 반일 속셈은 반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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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홍콩=박병석 특파원】중공당국이 최근 수개월간 전개되고 있는 대학생들의 심상찮은 시위로 크게 고심하고 있다.
중공당국이나 서방언론들이 최근 중공대학생시위를 크게 주목하는 것은 그것이 단순한 반일데모의 성격을 넘어 등소평의 개방경제정책에대한 비판이나 권력투쟁에 이용될 조짐마저 엿보이기 때문이다.
홍콩의 중공문제 전문가들은 최근 중공대학생들의 데모를 문화혁명당시의 홍위병난동, 등소평정권직후의 대자보사건에 이은 3대 학생사태로까지 해석하고있다.
중공의 학생데모는 지난9월8일 일본 「나까소네」수상의 신사참배등 군국주의부활및 일본의 경제침략을 비난하는 청화대학생들의 반목집단시위로부터 비롯됐다.
이같은 데모가 서안등 몇몇 도시로 번져간 뒤를 이어 11월20일밤에는 중공여자배구세계제패및 중일바둑대회에서의 중공승리등을 축하하기위해 모인 일부 대학생들이 배경의 천안문광장에서 또다시 시위를 벌였다.
문제는 최근 중공대학가에 나돌고 있는 유인물에는 일본의 경제침략을 규탄하는데 그치지않고 이러한 경제침략을 비호하는 세력을 『영혼을 팔아먹는 매국노』라고까지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는데 있다.
이러한 비판대상에는 등소평도 포함돼 있는것으로 일부 서방소식통들은 해석하고있다.
서방언론들은 9·18데모및 11·20데모당시 1백여명의 대학생이 체포되고 최소한 14명의 북경대학생들이 퇴학조치를 당하는등 중공당국이 강경책으로 학생들의 행동에 대응하는것으로 보도한바 있다.
중공외교부대변인은 지난4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는『순전히 날조된 허위보도』라고 격한어조로 비난하고 나섰으나 인민일보를 비롯한 중공신문들은 최근 학생문제와 12·9(항일투쟁기념일)의 의미등을 사설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새 시대의 학생상」을 강조하는 점에서 중공당국이 이사태를 매우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음을 드러내주고 있다.
중공부수상 이붕및 요의림은 12·9운동 50주년기념일 하루전인 8일 기념식등에서『현재 시대적 조류는 중공의 사회적안정·단결과 사회생산력의 발전및 4개 현대화 추진에있다』며 청년활동은 이시대적 조류에 순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호계립·이붕등 정치국원과 방건수서기처서기등 젊은지도자는 물론, 요의림정치국원등 50년전 12·9운동의 지도자등도 북경대·청화대등 주요대학을 찾아다니며 대화를통해 학생들을 다독거리기도했다.
중공대학생들이 개방정책에대한 가장 큰 불만은 물가상승에 따른 장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때문인것으로 전해진다.
물가가 올라도 공장노동자들은 생산성향상등에 따른보너스로, 공무원은 각종 복리정책으로, 농민은 부업등으로 이를 보상받을수 있으나 교수를 비롯한 고정봉급을 받는 지식층들은 이에대한 대책이 거의없다.
학생들 역시 책값및 생활비가 올라 당장곤란을 겪는데다 졸업후 대부분이 고정봉급자가 되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은 계속될것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것이다.
특히 중공대학생들의 이러한 불만가운데서 개방정책에대한 비판이 등장하는등 정치의식이 표면화 돼가는데 중공지도층은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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