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국들 급박한 외교전] 北核 다자회담 무르익나

중앙일보

입력

북핵 해결 구도를 둘러싼 관련국 간 외교 교섭이 중국을 축으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12~15일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부 부부장을 북한에 파견한 중국은 16일 미국과의 절충에 나섰다. 리자오싱(李肇星)외교부장이 콜린 파월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북.중 협의 결과를 전달하고 다자대화 성사 방안을 협의했다.

15일엔 라종일(羅鍾一)국가안보보좌관이 워싱턴에서 파월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 연쇄 회담을 열었다. 한.미, 미.중, 북.중 간 고위급 접촉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대화 개최가 조만간 결정될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중국이 북.중 간 협의에 대해 "중요하고 유익했으며 일정부분 공동인식을 얻었다"고 한 점은 주목된다. 이는 또한 지난 8일 북한이 미국과의 비공식 접촉에서 핵 재처리 완료 입장을 밝힌 것이 대화의 결정적 걸림돌이 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미국이 "재처리의 증거가 없다"고 되풀이하는 것은 이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자대화 형식과 관련해선 두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나는 5자회담(남북, 미.일.중) 또는 6자회담(5자+러시아)을 일단 열고 그 틀 안에서의 북.미 양자회담을 개최하는 것이다.

5자 이상의 확대 다자회담을 열려는 미국과 선(先) 북.미 양자회담 개최, 후(後) 다자회담 개최를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을 절충한 방안이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시키려는 미국 쪽 입장에 기운 안으로 북한이 사전에 미국 쪽에서 '양보'를 얻어내지 않고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하나는 확대 다자회담을 전제로 한 북.미.중 3자회담을 한번 더 개최하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 4월의 베이징(北京) 3자회담을 '조.미 1차 회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만큼 북한 측을 배려한 방안이다.

중국은 표면상 이를 지지하고 있다. 쿵취안(孔泉)외교부 대변인은 戴부부장 방북 결과 브리핑에서 "베이징 회담(3자)을 지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회담에 어느 나라가 참가하는가에 대해 중국은 개방적이고 유연하지만 형식은 가장 중요한 것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3자회담 재개에는 미국의 입장 후퇴가 필요하다. 미국은 차기 회담에는 반드시 한.일 양국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방안은 한.일 양국 정부 모두에 부담이다. 다시 이 회담이 열리면 국내에선 한국 제외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일어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이 두 방안을 놓고 한.미.일 3국과 절충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의 결과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북.미 양자회담은 하지 않는다"는 미국과 "먼저 북.미 양자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북한 간에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회담이 성사될 경우 7월 27일(정전협정 체결 50주년) 이전이나 8월 3일(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일) 이후가 점쳐지고 있다.

북한이 전승 기념일로 삼는 27일이나 5년마다 열리는 대의원 선거일은 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영환 기자 "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