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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연수원 점거 방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l8일상오 8시쯤 서울시내14개 대학생 1백85명이 서울 가락동 민정당정치연수원의 대강당건물(3층)을 점거, 개헌논의를 위한 시국대토론회 개최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다 6시간만인 하오 2시5분쯤 투입된 경찰에 모두 연행됐다.
학생들은 이날 낮12시10분쯤 경찰이 건물로 들어가자 2층복도에 쌓아놓은 책·걸상등 바리케이드에 불을 지른후 3층옥상으로 대피해 2시간동안 완강히 맞섰으며 남학생 1명이 옥상에서 경찰이 깔아놓은 매트리스에 뛰어내려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점거=학생들은 상오 7시58분쯤 정치연수원에서 3백m 떨어진 버스정류장에 모여 갑자기 정문경비실에 돌을 던지며 저지하는 경비원등 7명에게 각목을 휘두르고 정문을 통해 본관 대강당건물로 뛰어들었다.
연수원장실과 대강당이 있는 이 건물에는 출근시간이어서 현관문이 열려있었으며 점거당시 직원들이 없어 학생들은 별다른 저지없이 5분만에 건물을 완전 점거했다.
◇농성=학생들은 건물옥상에 「개방경제정책 즉각 철회하라」는 등의 플래카드 7개를 내걸었다. 학생대표 김군 등은 상오 8시50분 옥상난간에 걸터앉아 「농수산물 개방정책철회」 등 20개 요구사항을 낭독하고 9시3분 준비해온 민정당기 2장을 불태우며 24일 하오 1시 여의도광장에서 노동자·농민·전학련·민정당·신민당대표들이 모여 「개헌논의를 위한 시국대토론회」를 개최하라고 요구했다.
점거학생들이 밝힌 주동자는 최창원(22·연대철학과4년), 기의정(22·고대법대4년), 이현철(22·성대경영학과4년)군 등이다.
◇대치=경찰은 점거농성 4시간만인 낮 12시10분쯤 건물주변에 1천장의 매트리스를 깔아놓은뒤 강민창시경국장지휘로 소방차 7대로 일제히 학생들이 있는 옥상에 올라가 물을 뿜으며 강당정문으로 밀고 들어갔다.
경찰이 들이닥치자 학생들은 2층 강당난간과 옥상에서 일제히 빈음료수병·소화기 등을 내리던지며 완강히 저항했다.
학생들은 경찰이 강당2층으로 밀고 들어가자 2층남쪽과 북쪽 2곳에 바리케이드로 쳐놓았던 책상과 의자·소파·서류 등에 석유를 붓고 불을 지른후 모두 3층옥상으로 대피했다.
학생들이 지른 불로 강당건물 전체가 순식간에 검은 연기로 뒤덮였으며 2층으로 올라가던 경찰들은 모두 피신했다.
경찰은 소방차로 15분만에 불을 껐다. 학생들은 옥상으로 통하는 남쪽과 북쪽에 나있는 철제문을 잠그고 옥상에서 『삼민헌법쟁취』등의 구호를 외치며 계속 맞섰다.
◇연행=농성 6시간만인 하오 2시5분쯤 사복경찰 2백여명이 강당남쪽과 북쪽에 나있는 양쪽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가 시위중인 학생전원을 끌어냈다.
학생들은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들어가자 각목 등을 휘두르며 완강히 저항해 한때 경찰과 학생이 서로 치고받는 난투극이 벌어졌으나 10여분만에 전원 연행됐다.
이에 앞서 하오 1시5분쯤 서울대 김종권군(20·물리2)과 김계영양(21·천문3) 등 2명이 시위중 상처를 입고 경찰에 사다리를 놓아줄 것을 요구해 경찰이 1층옥상에서 3층옥상으로 걸쳐논 철제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김군은 경찰이 던진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큰 상처를 입었으며 김양은 탈진상태에 빠져 농성장을 나와 병원으로 옮겨졌다.
◇점거계획=학생들은 서울대·연대·고대·성대·서강대·이대 등 서울시내 6개 대학생들로 구성된 전학련이 농성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4일 서울대에서 열린 전학련대회에서 민정당중앙당사점거계획을 세워 8차례나 모의했으며 경비가 삼엄해 정치연수원을 택했다고 말했다.
김군 등은 지난 11일 하오 6시40분쯤 민정당정치연수원 본관2층 상황실을 10여분간 점거했던 서울시립대생 이광희군(22·영문과4년) 등 대학생들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점거학생중에는 미상공회의소 점거와 관련, 그동안 경찰수배를 받아오던 연대 최창원군(22·법학4) 등 일부수배 학생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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