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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전차, 54년 만에 이탈리아 넘어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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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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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운데)가 난적 이탈리아와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확정지은 뒤 두 팔을 벌리며 기뻐하고 있다. 독일 선수들은 노이어를 향해 달려가 기쁨을 나눴다. [사진 UEFA 트위터]

3일 프랑스 보르도의 누보 스타드 드 보르도.

1962년 이후 메이저 대회 4무4패
유로 8강서 승부차기로 악연 끊어
수문장 노이어, 2골 막아 일등공신
부폰과 최고 골키퍼 대결도 승리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6 8강전에서 만난 독일과 이탈리아는 연장전을 포함한 120분 간의 혈투 끝에도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승부차기에서도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독일의 수문장은 마누엘 노이어(30·바이에른 뮌헨), 이탈리아의 골키퍼는 잔루이지 부폰(38·유벤투스)이었다. 각각 당대 최고의 골키퍼로 이름을 날리는 선수들이다.

노이어와 부폰을 앞에 두고 양팀은 각각 3명의 선수가 페널티킥을 넣지 못했다. 그러나 노이어가 마지막에 균형을 깼다. 노이어는 이탈리아의 아홉 번째 키커 마테오 다르미안(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킥을 왼편으로 몸을 날려 막아냈다. 이어 독일의 아홉 번째 키커 요나스 헥토르(26·FC 쾰른)가 찬 공이 골망을 가르자 독일 선수들은 일제히 노이어를 향해 달려가 승리를 자축했다.

독일은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 이탈리아만 만나면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62년 칠레 월드컵에서 0-0으로 비긴 이후 월드컵과 유로 등 메이저 대회에서 이탈리아에 4무4패를 기록 중이었다. 그랬던 독일이 이날 승부차기를 통해 이탈리아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독일 슈피겔은 “노이어는 독일의 ‘영웅(der Held)’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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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의 우승을 이끌며 골든글러브(최우수 골키퍼상)를 받았던 노이어가 이번엔 유로 2016 우승을 향해 몸을 날리고 있다. 노이어는 이번 대회에서 이탈리아전까지 5경기 동안 단 한 골만 내줬다. 이탈리아와 승부차기에서도 상대의 다섯 번째 키커 레오나르도 보누치(유벤투스)와 아홉 번째 키커의 슛을 직접 막았다. 노이어는 “이렇게 긴 승부차기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노이어는 소속팀을 포함해 승부차기에서만 개인 통산 7승3패를 거뒀다. 그는 “승부차기는 심리전이다. 상대 선수와 공에 집중하는 한편 나만의 트릭(속임수)으로 페널티킥을 막아낼 확률을 높인다”고 했다.

키 1m93cm, 몸무게 92㎏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노이어는 순발력 뿐만 아니라 필드 플레이어 못지 않은 몸놀림이 돋보인다. 페널티 박스 안에만 머물지 않고 넓은 활동 반경으로 공을 패스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그래서 최후방 중앙 수비수를 뜻하는 스위퍼(sweeper)란 단어를 더해 ‘스위퍼 골키퍼’라는 별명을 얻었다. UEFA에 따르면 노이어는 이번 대회에서 패스 성공률 94%를 기록해 웬만한 미드필더 이상의 패스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안드레아스 쾨프케 독일대표팀 골키퍼 코치는 “노이어는 프란츠 베켄바워 이후 가장 뛰어난 리베로(libero·수비수이면서 공격에도 적극 가담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노이어는 소속 팀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고 2013년부터 4년 연속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 UEFA 챔피언스리그와 2014년 월드컵 정상에도 올랐다. 노이어가 골문을 지키는 독일은 1996년 이후 20년 만에 유로 우승을 꿈꾼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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