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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아시아로 동진한 IS 테러, 우리 곁에 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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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 일어난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테러는 큰 충격과 함께 비상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외국공관 밀집지역 내 식당에서 20명을 숨지게 한 이번 사건은 최근 터키 이스탄불 공항 테러처럼 무고한 민간인을 노렸다. 방어능력 없는 ‘소프트 타깃(soft target)’을 노렸기에 두 사건 모두 비겁하기 짝이 없다.

이번 테러는 무엇보다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특별한 경각심을 일으킨다. 한국과 밀접한 경제관계를 맺고 있는 방글라데시에는 1978년 대우가 봉제산업에 투자한 이래 현재 220여 개의 국내 업체가 진출해 있다. 이 중 의류와 신발을 만드는 영원무역은 5만5000명의 현지 직원을 거느린 이 나라 굴지의 기업으로 뿌리내렸다. 방글라데시의 내정 불안이 우리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하는 방글라데시 노동자들도 숱하다.

아울러 방글라데시가 그간 IS의 본격적인 공격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IS·알카에다 등 이슬람 무장단체는 서방 및 이들을 돕는 이슬람 국가들을 집중 공격해 왔다. 지난해 11월 파리에 이어 올 3월 브뤼셀, 그리고 지난달 이스탄불에서 발생한 테러 모두 그런 케이스다.

하지만 최근 들어 IS의 테러는 유럽과 중동을 넘어 아시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IS 소굴인 팔루자가 이라크 군에 의해 탈환되는 등 이들의 근거지가 위태로워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IS가 중동 내 세력이 약해지자 다른 지역에서의 테러로 자신들의 건재를 과시하려 한다는 게 서방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런 전략으로 돌아선 IS는 타지에서의 효과적인 공격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현지 무장세력과 연계해 이들로 하여금 공격하게 하는 대리테러가 대표적인 수법이라고 한다. 이번 사건은 물론 지난달 발생한 이스탄불 테러 때도 IS 조직원에 의한 공격이 아니었다.

결국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한국에서도 이슬람 과격단체에 의한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부쩍 커졌다. 그간 이슬람 테러단체는 끊임없이 한국을 위협해 왔다. IS는 한국군이 이라크·시리아에서 활동한 미국 주도의 연합군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공격을 선언했으며 4년 전에는 성직자로 위장해 국내에 잠입한 탈레반 조직원들이 적발된 적도 있었다. 지난달에는 IS가 국내 미국 공군 시설과 우리 국민 1명을 테러 대상으로 지목하고 이를 인터넷에 공개하기도 했었다.

연간 13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국내로 들어오는 글로벌 시대다. 여기에다 외국인 환승객이 인천공항 입국장을 통해 밀입국하는 사태가 꼬리를 물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한국도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 언제, 어디에서도 IS의 공격이 일어날 수 있음을 기억하고 늘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