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검사 자살’ 조사, 시대착오적 검찰 문화 걷어내야

중앙일보

입력 2016.07.0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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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김모(33) 검사가 상사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는 의혹에 대해 대검찰청이 조사에 착수했다. 의혹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직접 진상을 밝히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제(2일) 대검은 “김수남 검찰총장의 지시로 현재 대검 감찰본부가 남부지검 사건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족의 탄원 내용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대검은 “해당 지검에서 조사해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란 원론적 입장만 밝혀왔다. 하지만 지난 1일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하는 등 파장이 커지자 ‘직접 조사’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 검사의 유서는 업무 스트레스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김 검사가 소속된 부의 김모 부장검사가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김 검사가 “(부장검사가) 술에 취해서 나보고 잘하라고 때린다” “자살하고 싶다”는 등의 카톡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낸 사실이 보도됐다. 김 검사 유족은 청와대와 대검에 탄원서를 제출해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정확한 진상이 가려지려면 대검 조사를 지켜봐야 한다. 김 검사가 남긴 메시지와 정황만 있는 상태에서 김 부장검사의 폭언 등이 자살 원인이라고 예단하긴 어렵다. 다만 검찰 내부의 경직된 문화가 김 검사 자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 수사의 효율성·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검사동일체’ 원칙이 윗사람들을 위해 적용될 경우 업무는 물론이고 사적인 생활에까지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시대착오적 행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검의 뒤늦은 조사 자체가 검찰의 조직 문화가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시대 변화에 얼마나 둔감한지 보여주는 것이다. 대검은 철저히 조사한 뒤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김 검사 가족과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나아가 검찰 조직에 내재된 억압적 문화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를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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