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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란 외우지 못한 인질들 고문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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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호 1 면

방글라데시 다카 레스토랑에서 벌어진 인질극 테러 현장 인근에서 2일 인질로 붙잡힌 사람의 가족이 흐느끼며 울고 있다. [AP=뉴시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레스토랑에서 1일 밤 발생한 테러로 일본인·이탈리아인 등 인질 20명이 무장 괴한에게 무참하게 살해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무장 괴한들은 1일 오후 9시20분쯤(이하 현지시간) ‘홀리 아티잔 베이커리’ 레스토랑에 난입해 수십 명의 손님과 종업원을 인질로 붙잡고 방글라데시 군경과 10시간 넘게 대치했다. 당국이 2일 오전 7시40분쯤 대테러 특수부대인 ‘신속대응대대(RAB)’를 투입해 인질극을 종료시켰으나 이미 인질들은 괴한에게 살해된 후였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진압 작전 종료 후 대국민 담화에서 “13명의 인질을 구할 수 있었다. 6명의 무장 괴한들을 사살했고 1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풀려난 외국인 인질 가운데 1명은 일본인이고 2명은 스리랑카 국적이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일본인 인질은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인질극으로 최소 2명의 경찰이 숨졌고 30명 이상이 부상했다.


현장에서 20구의 외국인 인질 시체가 발견됐고 거의 대부분 예리한 흉기로 난자당한 상태였다고 영국의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구출된 인질들에 따르면 무장 괴한들은 인질들에게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암송케 해서 제대로 외지 못한 인질들을 고문했다고 한다.


주방 종업원인 수몬 레자는 “큰 폭발음이 들린 뒤 6~8명의 괴한이 총과 칼을 들고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면서 뛰어 들어왔다”고 말했다. 35명가량이 현장에서 인질로 붙잡혔고 이 중 20여 명은 외국인이었다. 인질극이 발생한 홀리 아티잔 베이커리는 다카의 부촌인 굴샨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샤자푸르 호숫가에 자리 잡아 현지 외교관과 외국기업 주재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희생된 인질의 대다수는 일본인과 이탈리아인이었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관방부(副)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일본인 1명이 구출됐지만 다른 7명은 안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인질극 발생 당시 레스토랑에선 8명의 일본인이 함께 식사 중이었다. 하기우다 부장관은 나머지 7명의 소재에 대해 “엄중한 전망”이라고 말했다.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마리오 팔머 주방글라데시 이탈리아 대사는 “7명의 이탈리아인이 붙잡혔다”고 말했다.?


AP는 2일 인도 소식통을 인용, 인질 편을 희생자에 한국인들도 포함됐다고 보도했으나 방글라데시 정부는 확인 결과 희생자 중 한국인은 없었다고 밝혔다.


IS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통신사인 아마크는 “IS 특공대원이 다카에서 외국인이 많이 찾는 레스토랑을 공격했다. 24명을 살해하고 40명을 다치게 했다”고 주장했다. 아마크는 그 증거로 살해된 외국인 인질의 시체로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다. IS가 ‘건국 2주년(6월 29일)’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터키 이스탄불 공항 자폭테러에 이어 이번 방글라데시 인질극까지 연쇄적인 테러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IS는 자칭 건국 1주년을 앞둔 지난해 6월 말에도 프랑스와 튀니지·쿠웨이트에서 동시다발 테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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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기자·남건우 인턴기자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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