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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보리스 존슨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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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호 1 면

?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이정민입니다.


? 세계를 충격과 혼란으로 몰아넣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로 영국이 대혼란에 휩싸였습니다. 투표결과에 놀란 영국인들이 "우리가 뭔 짓을 한거야"라며 뒤늦게 탈퇴 결정을 후회하며(Regrexit),재투표를 하자고 목청을 높이고 있습니다.? EU탈퇴에 찬성표를 던진 52%는 누구입니까. 이들 대부분은 저학력·저소득층이거나 노인들,그리고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빈민들입니다. 이들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 속에 경쟁력을 잃어 뒤처졌거나 낙오된 사람들,그래서 빈곤과 불평등에 노출된 '루저'들입니다. 이들의 행동을 지배하는건 분노입니다. 그 분노에 불을 지른게 이민문제죠. 동유럽 이민자들과 아랍 난민들이 넘쳐나면서 이민자들이 내 일자리를 빼앗고,내 삶을 팍팍하게 하는 주범이라는 반이민 정서가 싹트고 여기에 편승한 정치세력의 선동정치가 이들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한거죠.? 이들에겐 영국이 EU체제에 편입되면서 얼마나 많은 경제·문화적 혜택을 입었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1980년대 세계화의 확장과 유럽통합이란 새로운 질서가 생겨나면서 붕괴직전까지 갔었던 런던의 금융가가 기사회생해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우뚝 서게된 사실도 이들에겐 남의 일일뿐이죠.? 맹자도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마음을 가질 수 없다)'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라야 어떻게 됐든 그건 둘째 문제,당장 내 입에 빵이 들어오고,내 손에 파운드가 들어오는지가 이들에겐 더 절실한 문제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그렇다고 제가 브렉시트를 환영하거나 이들을 지지한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문제는 분노의 오랜 징후를 정치가 제때 제대로 읽고 수습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브렉시트 파문은 '정치 실패'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이민 정서에 편승한 정치세력이 분노의 틈새를 벌려 반사이익을 얻으려 했을뿐 정치는 실종됐던 것이지요. 영국 버밍엄대 마틴 파월 교수는 엊그제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영국의 대중들과 정치인들 사이의 인식 괴리를 이렇게 꼬집었더군요.? "노동당은 원래 노동계급과 취약계층을 대변하는 정당인데 유럽연합 잔류를 선택한 노동당과 달리 노동당이 대변한다고 말하는 이들 대부분은 탈퇴를 원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지지기반은 대도시에 사는,교육수준이 높고 생활수준도 중간 이상인,진보적 일간지 '가디언'을 읽는 중산층이다.…노동당과 멀어진 노동계급은 새로운 메시지에 끌리고 있는 것 같은데,그 자리를 극우정당이 채우고 있다."? 보수(보수당)와 진보(노동당)가 연대하고 노동자들과 극우정당이 결합하는 부자연스런 구도는 정치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합니다. 종래 정당간 좌우 이념 대결이 사라지고 대신 빈부,금수저와 흙수저의 대결이라는 새로운 갈등 구조를 중심으로 정치와 정당이 재편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를 꿰찬 트럼프가 이를 입증해보이지 않았습니까.???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한국 정치의 최우선 명제는 '분노의 관리'가 돼야할 것입니다. 한국 사회의 계층간 갈등,양극화의 곬이 결코 영국보다 가볍다고 할순 없을테니까요. 분노 관리에 실패할 때 우리도 브렉시트에 버금가는 국가적 재앙을 맞게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양극화 갈등에 경광등을 보내고 있는 '한국형 사회갈등 실태 진단 보고서'(국민대통합위)를 정치권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의 한국 사회는 '분노 사회'를 넘어 '원한 사회'로 치닫고 있습니다. 패배와 낙오에 대한 두려움,아무리 노력해도 소위 '빽'이 없으면 꿈을 이룰 수 없다는 N포세대의 확산은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를 불신하고 단죄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갈등이 임계점을 넘으면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며 정치권이 더 늦기 전에 갈등치유를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이 귀담아 들어야할 대목입니다.???한 사회가 분노 관리에 실패할 때 어떤 재앙을 맞게되는지 브렉시트의 영국이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EU탈퇴를 전면에서 이끌었던 '영국의 트럼프'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는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보수당내에서 '보리스만 아니면 된다'는 역풍을 맞아 총리 불출마를 선언한 보리스,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 이번주 중앙SUNDAY는 브렉시트 이후 EU의 운명을 조명해보고, 세계금융의 중심지인 영국과 런던 더 시티의 지위에 변화가 올 것인지 전문가들의 대담을 통해 전망해보는 기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또 이우환 화백과 경찰간의 엇갈린 작품 위조 논란과 끊이지 않는 미술품 시장의 진위 시비를 해결할 해법은 없는지 짚어봤습니다. 또 줄자,이 하나의 아이템으로 지난해 670억원의 매출을 올린 세계 3위 줄자업체 코메론 강동헌 대표가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줄자 이야기'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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