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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목끄는 한남체인과 최지희|일본인 동업자 「오자와」 56시간 증발소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한남체인 공동인수자인 일본인 「오자와·겐조」(46·소택건삼)씨의 증발소동(본보11일자 11면보도)은 잠적 56시간만에 「오자와」씨가 스스로 경찰에 나타남으로써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 실종소동은 공교롭게도 「오자와」씨가 한남체인 운영권을 둘러싸고 왕년의 인기배우 최지희씨를 상대로 낸 대표이사직무집행정지가처분신청이 『이유있다』고 받아들여져 최씨의 직무집행정지명령이 내려진 날 빚어져 관심을 끌고있다.
◇실종신고=「오자와」씨가 묵고있던 플라자호텔 2053호실에서 증발한 것은 9일 상오 6시30분. 「오자와」씨의 대리인 격이자 또 다른 동업자인 박모씨(55·J주유소사장)가 경찰에 신고했다.
박씨는 이날 상오 8시40분쯤 호텔에 찾아갔다가 「오자와」씨를 만나지 못하자 이날 하오 서울시경 안내실에 직접 찾아가 「오자와」씨가 외출후 돌아오지 않고 있다. 병원입원·사망여부가 걱정된다』고 신고했고 이를 확인하려는 경찰과 보도진들에게 박씨의 주유소직원들은 계속해서 자리를 비운 박씨를 대신(?)해 『소송중인 최씨측으로부터 습격을 당한 흔적이 있다』 『납치당한 것 같다』는 말을 흘려 긴강감을 고조시켰다.
◇수사=경찰은 전통으로 「오자와」씨를 전국에 수배하는 한편 호텔방을 점검하는 등 한동안 소동을 벌였다. 그러나 경찰은 객실상황이나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뤄 납치나 실종이 아닌 잠적으로 추정했다.
그러던중 11일 하오 「오자와」씨가 멀쩡한 몸으로 신고자인 박씨와 함께 경찰에 자진출두, 납치 등 실종사실을 스스로 부인했다.
◇「오자와」씨 행적=「오자와」씨는 경찰에서 『9일 새벽 호텔을 나와 택시를 대절해 대전에 내러갔다가 11일 올라왔다』고 밝히고 『대전에 간 것은 특별한 연고나 목적은 없었으며 누군가로부터 피습당하거나 납치를 당했던 것도 아니었다. 물의를 빛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자와」씨는 『지난 8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괴한으로부터 습격받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또 피습을 당할까 두려워 피신했던 것』이라면서 『피습당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뚜렷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등 횡설수설, 과거 2차례의 피습사실과 이번의 증발소동을 최씨와의 소송과 관련시켜보려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내보이기도 했다.
신고자인 박씨는 『「오자와」씨가 최씨와의 송사이후 신변의 위협을 받아왔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노파심에 신고했다』고 말하고 『그동안 언론 등에서 본인을 나쁜 사람으로 인상지우는 보도를 해왔는데 이 기회에 올바로 인식시키겠다』고 말했다.
◇운영권다툼=경찰은 이번 잠적사건이 한남체인의 경영권을 둘러싼 주도권다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오자와」씨측은 1차로 지난 7월 최씨를 사기 등 혐의로 고소했으나 경찰·검찰에서 무혐의 결정이 내려지는 바람에 형사사건에는 패했으나 이날 민사사건의 전초적인 가처분신청사건에서 이겨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에 다시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나하는 게 수사관들의 분석이다.
◇최지희씨 주장=최씨는 「오자와」씨의 실종소동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펄쩍뛰면서 9월부터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선 회사를 보고 「오자와」씨측이 욕심이 생겨 장난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또 어떤 경우라도 사회의 이목을 받게되면 ▲은행대출이 끊기고 ▲생산업체에서 물품공급을 꺼리며 ▲3백20여 사원의 불안감이 조성되고 ▲고객이 외면하게 되며 ▲2천여 회원점포에 깔린 10억원쯤의 미수금이 걷히지 않아 결국 회사가 부도지경에 이를지도 몰라 불안하다며 바로 이런 점을 노린 것같다고 덧붙였다.
민사와 형사사건에서 각각 1승1패를 기록하고 있는 「오자와」-최지희씨측의 팽팽한 대결은 결국 「오자와」씨가 낸 본안소송으로 승부가 가려지겠지만 타협없이 감정대립이 앞서는 한 앞으로 또 다른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 없다고 보기힘들 것 같다. <고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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