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가 책 3권, 논문 15편…“우리는 절친 연구 동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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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전문가이자 부녀 사이인 송태민 센터장(왼쪽)과 송주영 교수는 “빅데이터는 정제해야 쓸모가 있는 원유와 같다”고 말한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아버지는 35년간 통계 분석을 업으로 삼았고, 딸은 범죄 통계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됐다. 송태민(60)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빅데이터연구센터장과 송주영(35)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 범죄학과 교수 얘기다.

통계학자 송태민, 범죄학자 송주영
빅데이터 안내서 『R을 활용~』펴내

빅데이터 연구자의 길을 함께 걷고 있는 부녀는 최근 빅데이터 분석 안내서 『R을 활용한 소셜 빅데이터 연구방법론』을 공동으로 펴냈다. 공동저서는 이번이 세 번째이며 함께 쓴 논문도 15편이나 된다.

두 사람은 서로를 “가장 절친한 연구 동료”라고 소개한다. 컴퓨터공학 박사인 송 센터장은 1980년부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식품안전, 저출산과 같은 보건복지 분야의 통계를 다뤄왔다. “국내에 빅데이터 개념이 처음 소개된 건 2011년인데, 이때부터 SNS와 같은 온라인 채널에서 얻는 소셜 빅데이터와 정형화된 통계 결과를 연관 분석하고 있어요. 사회 현상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죠.”

송 교수는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결혼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2012년 미시간 주립대에서 범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범죄학에서 통계 분석은 필수더군요. 복잡한 수식에 머리를 싸매다가 아버지에게 ‘원격 과외’를 부탁했어요.”

통계 그래프와 자료 분석이 줄줄이 첨부된 e메일이 두 사람 사이를 계속 오고 갔다. 송 센터장이 웹캠을 이용해 ‘동영상 강의’도 했다. 송 센터장은 “딸을 가르치기 위해 영어 교재도 봐야했다. 딸이 데이터를 분석할 때, 난 영어를 분석했다”며 웃었다.

박사 과정 2년차에 찾아온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 사람도 아버지였다. “미시간대에서 기계공학 박사 과정을 밟던 남편이 옆에 있었지만, 도서관과 집만을 오가는 반복적인 생활이 힘겨웠어요. ‘공부를 그만두겠다’고 하자 가족 중 유일하게 아버지만 ‘너를 믿는다’며 응원을 보냈어요.” 송 센터장은 “이렇게 재밌는 연구를 딸이 포기하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아버지의 ‘연구 근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박사 과정 중인 2011년 딸을 출산한 그는 이듬해 8월 교수로 임용된 후엔 갓난아기를 데리고 학교에 출근했다. 연구할 땐 아이를 연구실 의자에서 재웠고, 수업 중엔 동료 교수나 학생들의 도움을 받았다.

 송 교수가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청소년 문제다. 최근엔 아버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학교폭력 피해자가 사이버 폭력의 가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이들은 “청소년 3400명을 6년 동안 추적 조사했다”며 “학교폭력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온라인상에서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해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두 사람은 ‘SNS상에서 ‘자살’ 언급이 증가할수록 자살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일종의 ‘심리적 부검 보고서’인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양한 사회 현안을 푸는 실마리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글=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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