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영유아 사망자 전원에 10억씩 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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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뉴 가습기 당번’으로 180여 명의 피해자(옥시 집계 1· 2등급 피해자 기준)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영·유아 사망자 전원에게 1인당 10억원씩 배상하겠다고 나섰다.

어른 사망자는 3억500만원 지급
3~4등급은 이번에도 제외
피해자들 “형편없는 수준” 반발

옥시는 26일 피해자 및 가족과의 3차 간담회를 열고, 어린이 및 어른 사망·상해(1·2등급)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제시했다. 어른에게는 ▶사망자 3억5000만원 ▶중간 수준 상해 2억원 ▶경상·증세호전 1억5000만원 등을, 어린이에게는 ▶중간 수준 상해 2억~3억원 ▶경상·증세호전 1억5000만원 등의 위자료를 지급한다. 치료비나 법률자문비, 일실이익(사망·상해를 당하지 않았을 경우 벌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돈), 이자비용 등은 제외한 순수 위자료다.

어린이 및 영·유아 중 사망한 피해자에게는 1인당 1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어린이가 성장해서 벌어들일 수입 및 치료비 등을 계산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옥시 측은 “1·2등급 피해자의 폐 관련 질병 및 합병증에 대해 평생 치료비를 보장했고, 피해자 의견을 반영해 위자료를 증액했다”고 밝혔다.

180여 명에 대한 위자료 총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옥시는 타사 제품을 함께 사용한 사용자에게도 우선 전액을 배상하고, 타 업체에 재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달 중 지급 신청을 받아 연내에 위자료를 지급할 예정이다.

아타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사장은 “ 피해자에게 실질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타 제조사 등 관계자들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옥시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발생 이후 5년이 지나서야 사과하고 피해자 구제에 나서면서 국민적인 반발을 샀다. 이번 배상안에서도 3·4등급 은 제외했다.

피해자들은 반발했다. 최승운 가습기살균제피해자유가족연대 대표는 “10억원은 가족의 슬픔과 아이의 일실이익까지 고려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섯 살 난 아들을 잃은 김덕종(40)씨는 “검찰 수사에 떠밀려 발표한 배상안인데도 ‘돈 받았으니 불만 표시하지 말라’는 식이다”며 “3·4등급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현택·정진우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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