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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잡는데 소칼을 써서야…|최우석<편집국장 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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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원의 최적배분은 경제적으로 이상으로 하지만 좀처럼 잘 이뤄지지 않는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도 자원배분이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이뤄졌으며 또 이뤄지고 있느냐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자원배분에 있어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면 설혹 지금은 경제에 문제가 많다하더라도 별 걱정 안해도 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는 크게 우려해야 한다. 경제지표를 내세워 아무리 잘 돼간다 해도 갈 안되게 되어있다.
자원의 최적배분이란 쉽게 말해 인적·물적 자원을 써야할 데에 쓰는 것이라 할수 있다.
너무 넘치지도 않고 너무 모자라지도 않게 제자리를 골라 쓰기란 무척 어렵다. 정확한 진단이 어렵고 정확한 처방은 더더구나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경제가 이만큼이나 된것도 크게 대견스러운 일이다. 거의 맨주먹에서 출발하여 20여년 만에 세계은행의 말대로 모범적 선발개도국이 됐으니 자랑할 만도 하다. 그러나 좀더 잘될 수는 없었을까.
사실 한국사람들처럼 우수하고 열심이고 또 말 잘 듣는 백성들도 드물다. 그런 백성들을 데리고 이 정도밖에 안됐다는 것은 자원을 제대로 못썼다는 뜻도 된다.
오늘날 우리경제의 큰 부담이 되고있는 중화학공업이나 해외건설 등이 자원의 편중배분에서 빚어졌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중동경기를 타고 횡재한 돈을 몽땅 쓸어넣고도 모자라 언제까지 갚아가야 할지 모르는 지경이다. 요즘 수출이 안된다, 경기가 어렵다 하는 것도 자원배분의 왜곡에서 찾을 수 있다.
80년부터 84년사이에 제조업 투자는 4.1%가 준데 비해 서비스업은6.0%가 늘었다. 서비스업이나 제조업이나 다 나라에 필요한 것이지만 지금 우리가 서둘러 키워야할것은 역시 제조업이다.
우리의 산업구조를 보면 3차 산업이 지나치게 비대한데 그것이 잘못된 자원배분의 결정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자원배분의 왜곡은 어디서 오는가. 좋게 말해 너무 열심인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자기목표만을 향해 일로매진하는 사람들이 칼자루를 잡을 때 탈이 나기 쉽다.
옛날 중화학공업을 크게 벌일 때 어떤 끗발 있는 사람은 큰 기업을 모조리 불러 세계적 규모의 중화학공장을 지으라고 호령호령했다. 어떤 기업인이 경제성이 없다고 난색을 표시하자 국가관이 없다고 야단을 맞았다. 그 끗발 있는 사람은 한때 이 나라 경제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국보로서 칭송을 받고 위세당당했다. 그 결과로 빚어진 것이 중화학공업의 부실이다.
또 어떤 사람은 중동 붐이 나서 심각한 물자난을 겪고 있는데 농촌 지붕고치는 사업에 일노매진했다. 고위층의 지원이라는 것이다. 덕택에 농가주택이 덩그렇게 커지고 보기는 좋아졌지만 물자파동이 가속되고 농가 빚은 많아졌다. 그 뒤 자국선증강계획·안정화정책 등도 모두 좌우 안돌아 보고 한가지 목표만을 향해 질주한 것들이다.
해외여행자유화니, 교복자율화도 한때 기세 좋게 추진되었다가 요즘 다소 후퇴하고 있는데 이것도 모두 비슷한 시행착오다.
자원 배분은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결국 인적자원의 배분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적재적소란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제자리를 골라 써야하는데 그게 어렵다. 전후 사정 안보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눈에 띄기 쉬워 자연 많이 쓰게 된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국가관이 뚜렷하다는 것을 선명하게 나타내므로 훨씬 호소력도 있다. 그런 원색적 호소력이 효험을 발휘할수록 인적자원의 배분은 더 왜곡되는 대신 원색적 호소력 경쟁이 일어나게 된다. 엉뚱한 사람이 엉뚱한 자리를 자꾸 맡게되고 그레샴법칙이 풍미하는 것이다. 물적자원의 용도가 각양각색이듯이 인적자원도 각기 용도가 다르다. 소 잡는덴 소칼을, 닭 잡는덴 닭칼을 제대로 써야지 넘치거나 모자라면 그것이야말로 자원낭비다. 우리 나라에 유일하게 풍부한 것이 인적자원인데 그 배분에 있어 왜곡이 일어나면 정말 심각한 사태다.
자원의 낭비는 경제뿐만 아니라 각분야에 만연되어 있는 것 같다. 요즘 두드러진 것이 말의 낭비이다. 말로써 너무 기대치를 높여 상대적 불만을 높인 것도 낭비이고, 밖으로 자랑을 너무해 다른 나라의 경계심을 높인 것도 낭비다.
말마다 올림픽을 들먹여 올림픽만 치르고 나면 큰 수가 생길 듯이 떠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더우기 올림픽TV중계권에서 기대보다 1억 달러나 모자랐는데도 여전히 큰소리치고있다.
요즘 국회에서도 비슷하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상호 극한적 용어와 행동으로 에너지를 비생산적으로 소모하고 있는데 그게 모두 자원낭비와 통한다. 세상 모든 일에 원칙과 절도가 있어야하고 토론을 한다는 것이 시행착오로 인한 자원낭비를 줄이자는 것인데 자원낭비의 표본 같은 일만하니 극히 비교육적이다.
『이렇게 해선 안된다』는 역모델을 보여주자는 것일까.
자원을 제대로 쓰는 길은 쉬운데 있다. 여유를 갖고 여러 가지를 재면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요즘 서독에선 「콜」 수상을 우스갯거리로 한 심한 농담이 유행하고 있다는데 거기에 대한 수상자신의 코멘트 즉 『어떤 것은 너무 재미있어 나 자신도 웃지 않을수 없다』고 한 것이 가장 알맞은 자원 배분이 아닌가 싶다.
이 정도의 응수가 나온다면 원색적 경쟁이 나올 수도 없고 따라서 그로 인한 자원의 낭비는 걱정 안해도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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