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천연향초 만들어 모기 쫓고 미생물 기른 액으로 설거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천연재료로 생활용품을 만드는 ‘달콤 캔디’공방 조수민 대표(왼쪽)가 수강생들에게 수분 크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박건상

요즘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에선 천연 재료로 만든 친환경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천연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좌와 인터넷 카페도 생겼다. 가습기 사태로 화학제품의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다. 화학제품 사용을 꺼리는 ‘노케미(No-Chemistry)족’도 등장했다.

노케미족의 일상

"화학성분 든 생활용품 기피 천연 재료로 만든 제품 사용 제조방법 배우는 강좌 인기"

지난 16일 오후 서울 목동 주택가 한 공방에 주부들이 모였다. 천연세제와 천연화장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문덕희(36·서울 북가좌동)씨는 얼마 전 집에 있는 화학제품을 대부분 버리고 이곳에서 천연 재료로 생활용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문씨는 “남편과 배 속에 있는 아이 건강을 생각해 친환경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천연 재료라서 안심이 되고, 만드는 것도 생각보다 간편하다”고 말했다. 공방을 운영하는 조수민 대표는 “2~3년 전만 해도 취미생활을 하려고 공방을 찾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 대부분의 회원이 화학 성분이 들어 있는 생활용품을 천연제품으로 대체하기 위해 온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카페, 모바일 앱서 정보 공유
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소비자 눈길이 천연제품으로 향하고 있다. 천연 재료로 생활용품을 만드는 공방을 비롯해 온라인 카페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일상용품의 화학성분을 알아보고, 천연 제품 정보를 공유하는 노케미족이 늘고 있다. 화장품 정보를 제공하는 앱 ‘화해’에선 화장품 이름을 검색하면 주의해야 할 성분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다운로드 250만 건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끈다.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인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의 성분 안전도 등급을 바탕으로 화장품 성분의 등급별 비중을 보여준다. 천연팩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앱 ‘생활천연팩’도 다운로드 10만 건을 넘겼다.
  백화점에도 친환경 생활용품을 만들 수 있는 강좌가 생겼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달부터 3개월간 친환경 향료, 비누, 세제 등의 제조법을 알려주는 문화강좌를 마련했다. 천연 모기퇴치 향초, 천연 자외선차단제, 천연 섬유탈취제 등을 만드는 과정도 있다. 기존에 운영 중인 천연향초, 천연화장품 만들기 강좌는 수강생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인 로얄네이쳐는 천연제품 제조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아카데미 과정을 운영한다. 식물성 재료를 이용해 천연비누를 만드는 교육과정으로, 해마다 1000명의 수강생을 배출했는데 올 하반기 과정엔 신청자가 몰려 조기 마감했다. 천연 재료, 에센셜 오일, 각종 시설·도구 등이 마련된 실습실에서 교육을 이수한 뒤 자격증을 따면 백화점 문화센터나 학교 등에서 강사로도 활동할 수 있다. 이 회사 강연정 대표는 “천연 재료를 활용한 레시피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어 수강생의 호응이 높다”고 전했다.
  친환경 제품 대신 천연 재료만으로 집 안 청소를 하는 주부도 많다. 활용도가 가장 높은 것이 빵을 만들 때 쓰는 베이킹소다. 과일에 묻은 농약을 지우는 데 효과적이다. 가습기 물통 안에 베이킹소다와 물을 넣은 뒤 타월로 닦으면 곰팡이를 제거할 수 있다. 행주는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2~3방울 정도 넣고 삶아 주면 세균을 퇴치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빨래를 헹굴 때 구연산과 식초를 넣어주면 섬유유연제 효과를 볼 수 있다. 청소할 때 물때를 빼주고 세균 번식을 억제해 주는 역할도 한다. 유익한 미생물을 조합해 배양한 원액을 화장실 청소나 세탁·설거지 때 사용하기도 한다.

보관기관·사용법 정확히 알고 써야
시중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노케미족도 있다. 샴푸 없이 머리를 감는 ‘노푸(No Shampoo의 줄임말)’가 대표적이다.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노푸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로만 감거나 베이킹소다·사과식초, 밀가루·옥수수 가루, 올리브·아르간 오일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노하우가 공개돼 있다. 치약, 보디워시를 사용하지 않거나 화장품을 바르지 않는 ‘노로션’까지 있다. 노푸는 2014년 할리우드 톱스타 사이에서 시작돼 지난해까지 열풍이 불었다가 일부 유해성 논란으로 잠잠해졌다. 그러다 올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효과에 대한 편차는 큰 편이다.
  예찬론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머리카락과 피부에 윤기가 돌고 트러블이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모발이나 피부관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화학 제품에 대한 막연한 불신보다 정보를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천연 제품의 경우 보관 기간이나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사 이미지

강태우 기자 kang.taew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