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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이긴다> 사장이 직접 품질검사|안경제조「삼성공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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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산안경이 해외에서는 인기가 좋지만 국내에서는 푸대접을 받고있다. 품질이 외제에 비해 떨어진다는 편견 때문이다.
국내안경시장 규모는 줄잡아 연간 1백50억원선. 이가운데 절반은 외제 안경이판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런 천대속에도 국산 안경과 안경테는 작년에만 4천3백만달러의 수출실적을 보였다.
삼성공업(대구시침산동)-. 지난해에만 1천3백80만달러어치의 안경테를 수출, 안경테 전체 수출의 32%를 차지한 회사다.
삼성의 주수출 품목은 선글라스용 안경테. 수출국은 미국을 비롯해 안경의 본고장인 서독·프랑스·이탈리아등 11개국이나 된다.
『안경테는 패션에 좌지우지되는 상품입니다. 국내시장보다는 외국을 겨냥해 처음부터 선글라스용 안경테에 주력한것이 적중한 것입니다.』김지환사장 (51) 은 결코 길지 않은 회사 연륜에 비해 고도성장을 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현재 국내에는 2백여개의 안경제조업체가 난립해 있다. 한때는 서로 살아남기 위해 덤핑을 일삼아 「제꼬리 잘라 먹기」로 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삼성이 유독 건재할수 있었던것은 김사장의 이방면에 대한 연륜과 경험 때문.
김사장은 일본에서 기술을 배운뒤 해방과 함께 귀국, 국내 최초로 대구에 국제셀률로이드라는 안경회사를 차린고 김재수씨 밑에서 야간 영남고를 다니면서 기술을 배웠다.
10년을「국제」에서 근무하다가 독립하기로 마음먹고 69년 자기 공장을 세웠다.
그러나 당시 김씨의 재산이라고는 셋방살이를 전전하며서 모은돈 4백만원밖에 없었다. 결국 친척과 친구를 끌어들여 총1천만원의 투자로 사업을 시작했다.
김사장의 처음 사업은 종업원 2O명의 영세가내공업 이었다. 그런데도 첫해에 5천만원의 매상을 올렸고 이가운데 1천2백만원의 순익을 내 곧바로 투자분을 거뜬히 건져내는 수완을 보였다.
김사장은 당시부터 우수한품질과 철저한 대외신용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하고 생산에서 출고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챙기는 버릇이 몸에 배 지금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6년뒤인 75년에는 수출에 눈을 돌렸다. 30만달러어치의 안경테를 미국에 처녀 수출한끝에 평이 좋자 이를 밀어붙여 이듬해에는 2배인 60만달러어치를 내다 팔았다.
여기에서 자신을 얻은 그는 본격적인 수출에 나서기로 작정하고 이에 대비하기위해 생산시설을 3배이상 늘리고 종업원도 2백명으로 크게 늘렸다.
그전까지는 미국의 수입업자와 거래를 했으나 그간의 신용을 바탕으로 77년에는 미국의 고닝사와 직거래를 트는데 성공해 안경테의 수출물량은 2백만달러 규모로 늘어났다.
안경테와 함께 안경알만을 만드는 삼성광학을 79년에 설립, 완제품 수출로 미국안경알 시장점유율은 현재 8%선에 이르고있다.
또 대미수출로 얻은 명성이 유럽에도 알려져 영국·서독·프랑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에서도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고 캐나다·홍콩·싱가포르·일본·아르헨티나에서도 물건을 보내달라고 요청해왔다.
이에따라 생산시설은 더욱 늘어났으며 종업원도 1천명에 이르고 있다. 안경은 가내공업이라는 등식을 깨고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김사장은 자신이 어렵게 살아왔기 때문에 종업원들에게는 근검·절약을 입버릇처럼 당부한다. 그는 이를 솔선수범해 창업이래 지금까지 사장실을 따로 두지않고 있다. 15평 남짓한 중역실에 사장과 전무·상무가 똑같은 책상과 의자·응접세트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장사를 위해서는 철저해 전시실인 쇼룸에는 에어컨까지 갖춘 현대시설을 해놓았다. 이곳에서 외국바어어들과 직접 상담을 벌이기 때문이다.
『안경은 유행의 첨단을 걷는 제품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해외정보를 입수하고 기술과 모델을 개발, 국제경쟁력에 뒤지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사장은 이를 위해 해마다 5∼6차례 직원들을 해외에 보내 모델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그러나 비철제품인 티타늄이나 카본블랙등 무게가 가벼운 신소재가 외국에서 계속 개발돼 이를 전량 수입해야하고 국내생산량이 안되는 공작기계도 수입절차가 까다로와 원가절감에 지장이 많다는 것이 안경제조업계 모두의 애로점이라고 호소한다.
안경 만드는 작업은 섬세한손질을 필요로 해 현재 전체 종업원의 70%가 여자로 구성돼 있다. 또 임금이 비싼선발 선진국이 안경생산을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어 갈수록 우리 업계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수 있는 유망종목의 하나로 볼수 있다.
삼성의 자산규모는 5억원. 이가운데 은행부채는 무역금융 15억원이다. 이처럼 재무구조가 좋은것은 그동안 번돈을 모두 생산시설에 재투자했기 때문이다. 김사장은 개인 소유의 땅 한평도 사지 않았음을 스스로 긍지로 여기고 있다. 앞으로는 수입원자재를 국산으로 대체하기 위해 내년쯤 원자재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또 평균수출단가를 지금의3달러에서 일본수준인 5∼7달러로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김사장은 말한다.

<대구=이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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