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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병을 진단한다|이제훈특파원 런던상주 2년|끊이지않는"IRA테러 공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영국에 사노라면 역사에는 인과응보의 법칙이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다는 생각을 불현듯 갖게된다.
런던시내 중심가를 줄지어 행진하며 구호를 외쳐대는 파키스탄사람, 인도사람, 또는 시크족 데모군중을 볼때, 그리고 이따금 공포 분위기를 자아내는 IRA (북아일랜드공화군) 테러를 대할때마다 그러한 생각을 하게된다.
웨일즈지역 사람들의 대잉글랜드 감정이 그렇고 스코틀랜드인들의 자치운동이 또한 그러하다. 이들 모두는 과거 수백년동안 영국의 신민주의가 뿌린 씨앗들로부터 돋아난 싹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유니언 재크(영국기) 가 상징하듯 면적 24만4천평방㎞의 크지않은 영국은 잉글랜드 (13만평방㎞) 웨일즈·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로 구성된 연합왕국.
웨일즈는 1535년, 스코틀랜드가 1707년, 아일랜드는 1801년에 각각 영제국으로 정식합병되었다. 이중 아일랜드는 1937년 남부지역의 에이레공화국이 독립해 나감으로써 지금은 북아일랜드 (1만1천평방㎞) 만 남아있다.
물론 이들 지역이 영제국에 합병되기까지는 무수한 전역이 치러졌다.
조상이 다르고 (스코틀랜드인과 웨일즈인은 켈트족과 게일족의 후예, 잉글랜드인은 앵글로색슨, 아일랜드인은 아이리시) 거기에다 패전의 쓰라린 상처가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는터라 한나라로 된지 수백년이 지나도록 과거의. 원한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역사적 배경을 모르고는 스코틀랜드가 앵글리칸 처치 (영국국교)가 아닌 별도의국교 (스코틀랜드 장로교)를 갖고있고 따로 통화를 찍어서 통용하고 있는사실, 그리고 국제시합에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즈가 제각기 하나의 국가인양 대표팀을 따로 내보내는 까닭을 이해하기 어렵다.
웨일즈 지역에 가면 길 이름이 영어와 웨일즈어의 두가지로 표기되어 있고 지난 67년에는 웨일즈어에 관한 법을 채택, 영어와 동일한 취급을 해주기에 이르렀다.
스코들랜드인들의 민족주의 경향은 웨일즈보다 더 중요시 종종 본격적인 완전 자치운동으로 표면화되기도 한다.
그들은 영국정부 재정수입의 주요 파이프라인이 되고있는 북해유전이 스코틀랜드영역에 속해있음을 지적하면서 스코틀랜드를 위해서 쓰일 돈이 타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한다.
이러한 움직인은 영국인들에게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정작 역사의 인과응보를 생각나게 하고 영국을 가장 괴롭히고 있는것은 북아일랜드 문제다.
언제, 어디서 IRA테러가 발생할지 몰라 정부요인들의 행차때나 주요 관공서는 마음을 놓지 못한다.
84년10월 영국 남부해안도시 브라이튼의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보수당전당대회장 IRA의 폭발물이 터져 4명 사망외에「마거트·대처」수상자신과 각료 전원이 위기일발을 겪었고 83년12월에는 런던 시내 제1의 해롯백화점에서 IRA가 장치한 폭발물이 터져 5명 사망, 81명 부상의 참사를 빚었다.
이밖에 북아일랜드에서는 교회에서 예배중인 신교도들에게 총을 난사, 많은 사람이 죽은 사건을 비릇, IRA의 테러는 끊일때가 없다.
작년말까지의 통계는 1969년 북아일랜드에서 구교도 (가톨릭교) 들의 집단 무력시위가 발생한이후 IRA테러와 신·구교도간의 충둘로 2천4백명이 사망하고 2만7천명이 부상했다.
작년 1년간 2백30건의 총격 및 폭발물 사건 발생, 군인 19명을 포함, 64명이 IRA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북아일랜드의 치안유지를 위해 약3만명의 군·경을어지하고있는 영국정부는 해마다 14억파운드 (약1조8천억원) 를 북아일랜드에 쏟아넣고 있다.
문제해결을 위해 에이레공학국측과 외교교섭을 계속 하고있지만 해결방안을 찾지못하고 있다.
정말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끝없는 수렁과도 같다.
북아일랜드의 1백52만명 인구가운데 3분의1인 소수의 구교도들은 영국통치를 벗어나 에이레공화국과의 통일을 원하고 있고 3분의2를 차지하는 다수파 신교도들은 영국과 한나라가 될 것을 강력 고집하고있다.
아일랜드 전체적으로 보면 구교도들이 절대다수파이지만 북아일랜드만은 그 반대다.
더구나 민족도 달라 신교도들은 스코틀랜드인및 잉글리시가 대부분이고 구교도들은 모두 아이리시.
경제·사회적으로 신·구교도간에는 차별이 심해 구교도의 불만은 누적되어왔다.
그래서 터진것이 지난 69년의 폭동.
그이후 IRA는 본격테러전술로 바꾸어 영국정부를 괴롭히면서 자진포기 철수토록 압력을 가하고있다.
북아일랜드의 비극의 시초는 12세기 영국의 무력 강점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16세기중반「헨리」8세이후 스코틀랜드인들과 영국인들을대량 이민, 식민정책을 쓰면서부터 비극은 잉태되기 시작한것이다.
몇차례의 우혈 독립운동끝에 1949년 남부 아일랜드는 완전독립국이 되었고 신교도가 다수를 차지한 북아일랜드 지역만은 신교도들의 강렬한 반대에 부닥쳐 따로떼어 영국직속으로 삼아 오늘에 이르게 된것.
신교도들은 그들대로 지하 테러조직을 만들어, IRA와 구교도들에게 맞서며 아일랜드 통일운동을 저지하고 있다.
미국에 이민간 아이리시들은 조국의 통일 독립을 위해 NORAID (북아일랜드지원위원회)를 조직, 무기와 자금을 모아 IRA를 돕고있다.
그래서 IRA문제는 영국과 미국간에도 매우 예민한 문제로 종종 부상되기도한다.
포기하자니 다수파인 신교도들의 반대에 부닥치고 계속 붙잡고 있자니 너무 희생과 댓가가 크다.
국민여론 조사에서도 북아일랜드를 포기하자는 의견이 60%를 차지하고있다.
선조들이 심어놓은 식민주의의 씨앗때문에 영국은 지금 엄청난댓가를 치르며 골치를 앓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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