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 권장만 해놓고 대책은 흐지부지|대풍 밤 폭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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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밤값이 크게 떨어져 일부풍년농촌의 흥을 깨고있다.
70년대 이후 정부가 적극 권장해온 유실수 재배가 성과를 보아 해마다 늘어난 밤생산량이 올해는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9만t 의 기록적 대풍을 이루었으나 정부는 재배권장만 해왔을뿐 소비확대·가공·저장기술 개발이나 보급은 제대로 하지 못해 값이 폭락, 20만 재배농가가 시름에 빠졌다.
특히 산지가격이 지난해의 절반이하로 떨어졌는데도 도시소비지의 밤값은 중간상들이 농간을 부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간마진이 2백∼3백%나 되는 농산물 유통과정의 허점이 또한번 드러나고 있다.
◇밤생산=올해 밤생산량은 전북임실, 전남구례·광장, 경남진양, 하동·산청등 주산단지를 중심으로 전국의 20만7천ha에서 지난해 7만t보다 2만t이 많은 9만t.
그중 국내소비수요는 3만t에 불과한데 산림청은 덤핑수출을 막는다고 수출용 수매량도 2만t으로 지난해보다 8천t을 줄여 책정해 생산량의 절반가까운 4만t이 남아돌게 됐다.
◇밤값=이처럼 밤이 대풍을 이루고 수출이 줄자, 값이 폭락.
『옛날엔 밤 1가마 팔아 쌀2가마를 살수 있었지만 지금은 잘해야 쌀 반가마를 살수 있을 정돕니다』
야산 5ha에 밤나무를 재배하는 박형채씨 (69·전북임실군덕치면사곡리)는 밤값이「고구마값」이라고 했다.
전북의 밤주산지인 임실의 재배농가 출하가격은 지난달30일현재 kg당 상품이 4백50∼5백원, 중품은 4백원.
전국 밤생산량의 70∼80%를 차지하는 경남진양·하동·산청과 전남구례·광양등지의 출하가격은 상품 4백50∼4백80원, 중품이 4백원선.
이는 작년 이맘때 상품 8백50∼9백원의 절반수준으로 농민들이 주장하는 생산원가7백48원에도 훨씬 못미치는 헐값이다.
그러나 서울·부산·대구·광주·전주등 소비지 소매가격은 상품이 kg당 1천∼1천2백원꼴로 작년과 거의 같거나 1백∼2백원밖에 떨어지지 않은 실정. 결국 중간상들만 이득을 보고 있다.
◇수매=밤값이 이처럼 폭락하자 산림청은 밤수매가를 kg당6백65∼7백35원으로 고시, 수출업자들에게 수출용은 전량 산림조합 또는 농협공판장을 통해 수매토록했으나 전국 시·군산림조합 가운데최고가인 7백35원으로 정한곳은 단 한군데도 없고 하한선인 6백65원마저 대부분 지켜지지 않아 고시가는 형식에 불과한 실정.
◇방문판매=밤 생산농민 김연실씨(40·충남공주군의당면)는 한가족 6명이 포터트럭2대에 밤 70가마를 싣고 지난달16일부터 충남대전, 경북봉화, 태백탄전지대를 거쳐 동해·주문진·강릉까지 유랑판매길에 나섰다.
판매가격은 가마당 2만4천원. 작년보다 1만원이 싸지만 현지 도매시세 2만원보다는 4천원이 높다.
유랑판매나 친척을 상대로한 구걸판매는 요즘 시골에서 흔히 볼수있는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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