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전칠기 끊음질 대가 심부길용 8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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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나전칠기 끊음질의 인간문화재 심부길옹이 10월2일∼8일 서울 롯데백화점 미술관에서 팔순기념전을 연다.
심옹의 이번 팔순전은 80평생 오직 나전칠기 전승과 발전에 몸바쳐온 장인의 평생소원이던 첫 「개인전」이다.
출품작은 자신이 직접 제작한 장파 함·경대 등 30여점.
이밖에 그의 기능을 이어받은 전수자와 후배들의 찬조 출품작도 30여점 나온다.
지난 75년 중요 무형문화재 제54호 나전칠기 기능보유자로 지정된 심옹은 나전칠기 중에서도 자개를 기계나 톱을 사용하지 않고 일일이 손칼로 끊어 무늬를 만드는「끊음질」의 달인이다.
서울대생인 그는 19세 때 당대의 나전칠기 명인이던 전성규씨 문하에 들어가 인간문화재 송주환씨(작고) 김봉룡옹(88) 등과 함께 20여년 동안 끊음질을 배웠다.
현재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무형문화재 전수회관 안의 3평짜리 작은방을 살림방겸 작업장으로 쓰면서 하루5, 6시간씩 작업을 꼭 한다. 심옹은 3남3녀의 자녀들을 돈이 없어 제대로 교육도 못 시킨 게 늘 마음에 걸린다면서도 상업주의와 영합하지 않고 장인의 외길을 걸어왔다.
그는 요즘 국내에서는 나전칠기 등의 전통 공예가구가 서양식가구에 밀려나 침체되는 반면 거꾸로 외국에서 인정을 받는 현상을 몹시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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