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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롯데, 중국 홈쇼핑 살 때 ‘페이퍼컴퍼니’에 1900억 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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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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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된 지난 10일 서울 소공동 그룹 본사의 모습. 검찰은 이날 롯데그룹 계열사,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주거지 등을 급습해 수사 자료를 확보했다. [사진 김성룡 기자]

검찰이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거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을 포착하고 경로를 추적 중이다.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들은 인수합병(M&A)하거나 총수 일가의 주식을 사들일 때 조세 회피처에 세운 회사들을 동원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거래 규모만 최소 3000억원대다. 검찰은 페이퍼컴퍼니들이 신격호(95) 총괄회장 등의 비자금 조성이나 계열사들의 역외 탈세 용도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010년 케이맨제도에 세운 LHSC
‘러키파이’ 인수 뒤 작년 1600억 손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지난 10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롯데쇼핑의 2010년 중국 투자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롯데쇼핑과 롯데홈쇼핑은 그해 7월 조세 회피처인 케이맨제도에 ‘LHSC’사를 설립해 중국 홈쇼핑 업체 ‘러키파이’를 인수했다. 자금 1900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러키파이 모회사인 LHSC는 지난해에만 1600억원대 손실을 입었다.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해 동생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며 제출한 자료에 이 내용을 포함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롯데미도파·롯데역사 등 계열사들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실상 개인 회사인 로베스트아게(Lovest AG)의 주식을 비싸게 사들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로베스트아게는 올해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 기업집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신 총괄회장의 지배를 받고 있는 롯데의 해외 계열사라고 발표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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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옛 여수석유화학(롯데물산과 합병), 옛 호남에필렌(대림산업과 합병) 등의 지분을 보유·관리하기 위해 신 총괄회장이 스위스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롯데미도파 등은 로베스트아게가 보유한 롯데물산 주식을 1500억원대에 매입했다. 한 주당 당시 시세(1만원대)보다 세 배가량 높은 가격이었다고 한다.

롯데가 해외 기업 인수합병 통로나 총수 일가의 주식 거래처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나 검찰이 롯데 관련 페이퍼컴퍼니로 지목한 회사는 5~6곳이다. 롯데유럽홀딩스는 2013년 국세청이 롯데쇼핑의 역외 탈세 수단이라고 설명했던 곳이다. 롯데쇼핑이 2008년 5월 해외 법인을 총괄할 지주회사 격으로 네덜란드에 설립했다.

롯데쇼핑은 러시아 등지의 해외 법인과 직접 거래하지 않고 중간에 롯데유럽홀딩스를 거쳤다. 롯데쇼핑 감사보고서상 롯데유럽홀딩스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2012년 제외) 매년 평균 4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환율 변동 등을 반영한 총포괄순손익 기준이다. 손실이 실제 발생한 것인지, 손실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이 조성됐는지는 알 수 없다. 검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들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롯데쇼핑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베트남의 하노이시티 콤플렉스 프로젝트 투자 목적으로 롯데가 사들인 코랄리스(Coralis SA)도 페이퍼컴퍼니라는 의심을 받아왔다. 코랄리스는 룩셈부르크 소재 회사로 김우중(80) 전 대우그룹 회장의 3남 김선용(41)씨가 보유하고 있다가 2009년 7월 롯데자산개발에 넘겼다. 롯데가 지불한 비용은 697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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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2013년 공개한 역외 기업 자료에도 롯데그룹의 법인으로 의심되는 회사들이 등장한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롯데 팜 그룹 등이다. 조세 회피처에 설립된 회사들이 롯데 계열사에 지분 투자를 하기도 했다. 코리아세븐은 케이맨제도 소재 J사 등 11곳에서 291만 달러(약 34억원)를, 롯데제과는 버진아일랜드령 L사 등 2곳에서 283만 달러(약 33억원)를 투자받았다. 모두 투자 주체가 불분명한 회사들이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글=이유정·윤재영 기자 uuu@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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