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사진) 국회의장이 16일 “국회의원의 면책·불체포 특권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불필요한 특권이 있다면 단호하게 내려놓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의장 취임 첫 기자간담회
개헌은 20대 전반기 추진 바람직
박근혜 정부 잘못엔 “No” 할 것
정 의장은 “국회의원의 특권이 200가지라는데 아무리 세어봐도 20개 이상이 아니다. 어떤 특권이 있고 꼭 필요한지를 가려 정리하겠다”며 “면책·불체포 특권이 주어진 당시 시대 상황이 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진 만큼 특권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국회의원 특권 관련 백서를 만들고 외부 인사들에게 맡겨 필요성 여부를 검증할 계획이다.
지난 13일 취임사에서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던 정 의장은 이날 “개헌은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며 “가능하면 20대 국회 전반기에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윤근 신임 국회 사무총장이 ‘내년 1월 개헌안을 발의해 4월에 국민투표를 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선 “언제 발의하고 국민투표를 하느냐까지 나가기에는 제 입장에서 좀 빠른 느낌”이라며 “국회 개헌특위 설치는 의장의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므로 각 정당의 지도자들과 의논하고 공감대를 만들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정 의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까지 우리 사회의 활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를 도울 일이 있으면 당연히 잘 돕겠지만 잘못된 일에 대해선 ‘No’라고 분명하게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문답.
-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일명 상시청문회법)을 재의결할 생각인가.
- “법대로 하겠다. 억지를 써서 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국회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에 찬동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합법적 절차를 통해 같은 취지나 비슷한 내용이 법제화되는 게 필요하다.”
- 야당 출신 국회의장인데 직권상정 권한을 어떻게 활용할 건가.
- “여당 원내대표 시절 사립학교법을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당시 2년간 상임위가 움직이지 않아 그런 방법을 썼지만 지금은 국회선진화법도 있기 때문에 의장의 직권상정이 남용돼선 안 된다. 그렇지만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필요하면 쓰라고 권한을 준 것이므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겠다.”
간담회 후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정 의장은 ‘김영란법’과 관련해 “법은 처음 만들 때 잘 만들어야 하고 한번 만들었으면 쓰기도 전에 폐기하거나 고치면 안 된다”며 “시행해보고 부작용이 많다면 그때 고쳐야지 시행 전에 손대면 국민이 경제를 핑계로 특권을 향유하려 한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