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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타임머’선(船)’ 타고 큰별쌤 최태성과 시간 여행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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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개봉했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기억하는가. 파리로 여행 온 소설가는 파리의 밤거리를 산책하다가 열두 시 종이 울리는 순간 1920년대 파리로 넘어가게 된다. 매일 밤 시간을 넘나드는 로맨틱 야행을 시작하는데. 2016년 서울에서도 역사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믿어지는가.

양화진 근대사 탐방 ‘돛을 달다’는 배를 타고 역사·문화유산을 탐방하며 체험하는 선상 인문학 프로그램이다. 지난 6월 1일엔 청소년만을 위한 여행이 마련됐다. 시간여행자들은 절두산 순교성지,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등 양화진 일대를 중심으로 전문 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도보답사를 마친 후 양화진의 유람선에 올랐다.

이날의 길라잡이는 대광고등학교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최태성 선생님. ‘큰별쌤’, ‘갓태성’이라고 불리며 EBS 스타강사로 활약해온 그는 MBC '무한도전'에서 한국사를 강의했고, KBS 1TV ‘역사저널 그날’ 패널로서 역사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엔 사비를 털어 영화 ‘귀향’의 무료 상영회를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중⋅고등학생을 위한 한국의 근대 개항사

오후 6시 마포의 양화진 잠두봉 선착장에서 타임머'선(船)'이 출발했다. 큰별쌤에게 밀려드는 사인 요청과 사진 촬영으로 한동안 선내는 정신없는 풍경이 그려졌다.

시간여행자들은 저녁 도시락을 먹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고 수백 년 전 한강의 모습을 더듬어봤다. 이어 큰별쌤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우리만 있던 게 아니잖아요. 바로 이 자리에 '100년 전, 200년 전, 500년 전, 1000년 전. 누군가는 또 이렇게 저희와 똑같은 루트로 배를 타서 왔다 갔다 했을 사람들의 물길이었겠구나. 그들이 켜켜이 다닌 그 물길 위에 지금 우리도 한 켜를 내는구나'란 생각을 해요. 오늘 오신 분들이 나중에 나이 먹고 한강에 왔을 때 오늘을 또 기억하지 않을까 합니다.”

“역사라는 게 별 거 없습니다. 우리의 어떤 이야기들, 사는 모습들이 그냥 쌓이고 쌓이면 그게 역사가 되는 거예요. 오늘은 이 한강 속에 담긴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번 듣는 시간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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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에서 본 한강과 양화진. [사진=영상 캡처]

큰별쌤은 한강을 배경으로 근대화가 진행됐던 그날의 역사를 재미있고 생생하게 들려줬다. 양화진은 조선시대 한양에서 강화로 가는 교통의 요충지였으며, 병인박해 때 많은 천주교인이 참수형을 당한 절두산 순교성지가 있다. 또한 갑신정변 실패 후 상해에서 암살당한 김옥균의 시체가 능지처참 당한 역사적인 현장이기도 하다.

“양화진이 이런 곳입니다. 이곳이 우리가 보기엔 아름답다 예쁘다 하는 곳이지만 이곳에는 정말 수많은 역사의 켜가 쌓인 곳이에요.”

양화진과 관련된 신유박해, 황사영 백서사건, 병인박해, 흥선대원군 척화비, 갑신정변 등 다양한 얘기들로 과거로 떠나는 여행은 계속됐다. 수시로 그림 퀴즈, 조별 발표도 있었다. 정답을 많이 맞힌 조에게 큰별쌤의 책을 상품으로 걸기도 했다.

역사 인물에게 질문을 던지는 게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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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역사를 공부할 때 어떻게 공부하냐면 ‘갑신정변 이거 시험에 나와, 한성조약이야, 제물포조약 아냐? 요거 꼭 시험에 나와’ 이런 식이죠.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그들이 이야기했던 팩트를 왜 이야기했는지 생각해 보세요. 김옥균, 서광범, 서재필 그냥 가만히 있으면 먹고 사는 게 다 해결되는 사람들이에요. ‘왜 저랬지 이상한데’라고 그들과 얘기해야 하는 거예요. 그들이 외쳤던 팩트를 외우는 게 아니라 그 팩트를 외쳤던 사람들을 만나는 것, 왜 그런 거냐고 물어보세요. 그럼 얘기할 거예요. 우리들에겐 꿈이 있다. 우리의 아이들한테 만큼은 평등한 사회에서 살게 하기 위한 꿈, 그 꿈 하나로 이곳에 왔다고 얘기할 거예요.”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이다

갑신정변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경거망동한 자들이 신분제 폐지를 주장했다고 평가했다. 만약 1884년의 양화진으로 떠난다면, 우리는 갑신정변을 어떻게 평가할까? 당시의 사료와 마찬가지로 경거망동한 짓을 했다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일까? 다시 2016년을 돌아와 보면 우리는 갑신정변을 일으켰던 사람들의 주장이 철저한 소수의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현실이지만 말이다. 큰별쌤은 이 지점이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역사를 왜 공부하냐고요? 역사를 학습하면서 소수의견에 동의하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소수의견이 먼 미래에 너무 당연한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역사를 통해서 배우며 우리 사회의 소수의견을 한 번쯤은 들어줄 수 있는 여유, 겸손을 갖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게 역사를 배우는 이유입니다.”

큰별쌤의 한국사 공부비법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 되고 역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큰별쌤은 즐기면서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능이 정말 쉬워요. 주입식, 암기식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공부 안 해도 돼요. 지금은 학생부 종합전형이 대세예요. 학종에서는 생각을 정리해서 입으로 잘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난 친구들을 뽑으려고 해요. 대학에서도 단순하게 어떤 사실을 외우는 친구들이 아니라 잘 조합해서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친구를 원하죠. 선상 인문학 같은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오후 8시 40분경, 배는 처음 출발했던 양화진으로 돌아왔다. 선물 받을 1등 조를 뽑고 큰별쌤의 인사와 함께 행사는 마무리됐다.

“우리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됩니다. 여러분 나중에 한강에 오실 때 이 한강 속에는 여러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한 켜가 있다는 것, 그리고 오늘 우리가 그 한편을 또 쭉 훑고 갔다는 사실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ung@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영상=전민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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