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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모자라자 안먹던 개고기도 등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 지진으로 페허가 된 멕시코시티의 하루는 무너져 내린 고층건물더미를 헤집는 구조반원들의 분주한 모습과 집을 잃은채 아무곳에나 되는대로 천막을 치고 하염없이 주저앉거나 방황하는 이재민들의 탄식으로채워지고있다.

<구조들것서 아기분만>
○ 무너져 내린 큰크리트더미를 헤집고 생존자를 찾고있는 구조대원들은 간혹 건물잔해 더미에 끼이거나 깔린채 생존해있는 부상자들을 구출할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21일밤에는 멕시코시티의 한 붕괴된 종합법원 건물더미에서는 울고있는 여자신생아가 구조되었으며 한 임산부는 구조되어 들것위에 눕혀진후 그자리에서 옥동자를 분만, 구조대원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 생존자 구출로 기운을 얻고 있는 구조반원들은 붕괴된 건물 잔해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가끔 주변에 모인 사람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외치기도.
이들은 또 경비견까지 동원, 생존자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고기 굽는 냄새진동>
○ 거리 곳곳에서는 개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 하고있어 이곳의 심각한 식량난을 설명해주고 있다. 원래 개고기를 안먹는 멕시코사람들은 그러나 눈에 띄는 먹을것이라곤 얼마되지 않아 거리에 나다니는 개들을 잡아먹으며 구호품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 이번 지진으로 10만명가량이 집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멕시코시티의 주요 도로와 공원등은 이재민들이 쳐놓은 천막 판자집등으로 곳곳이 난민수용소를 방불케하고 있다.
○ 일시에 수천명이상의 사망자와 부상자를 낸 멕시코시티에서는 현재 사망자의장례에 필요한 용구와 의약품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
병원 영안실에서는 관과 영안실시설이 모자라자 얼음으로 채운 임시플래스틱 백에 사체를 넣어 대형 운동경기장으로 이들 사체들을 이송하기도. 또 TV방송등은 관을만들 목재와 못을 기증해 주도록 시민들에게 호소.
○ 의료진들은 희생자 구조작업 못지않게 지진후에 번질지도 모를 각종 전염병을 우려, 길가는 시민들에게 장티푸스, 파상풍등의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 시민들은 이번 강진이 여러차례 거듭되자 22일에도 라디오뉴스에 귀를 기울이는등 아직도 언제 또 당할지 모른다는 경계심을 풀지않고 있는듯한 모습.
이들은 또 길거리를 지날때에도 건물 도괴를 우려, 길한복판을 걸어다니고있다.
○ 멕시코시티의 중심가인 레포르마가에서는 그러나 고급의상실등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일부 상점에서는「마이클 잭슨」 의 히트곡이 흘러나오기도.
그러나 술을 파는 상점은 단 한군데도 보이지 않았다.
○ 한편 멕시코에는 현재세계 각국으로부터 구호금이 답지하고 있는데 적십자사연맹(LRCS)은 22일까지 14개 회원국으로부터 1백30만달러의 구호성금을 접수했다고 발표.
○ 이번 지진으로 재무상무 산업개발성등 주요 정부청사가 붕괴 또는 크게 파괴됐다.
대파된 정부청사및 주요건물들은 정부가 재사용을 결정하기까지 페쇄조치함으로써 건물기능이 정지됐다.

<시민들 팔짱끼고구경>
○ 5만명의 구조대가 폐허더미를 헤치고 생존자와 희생자를 끄집어 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멕시코시티시민들은 팔짱을 낀채 구경만하고 있어 참사장면을 취재하는 외국기자들에게 지극히 멕시코적이라는 평을 듣기도.
신속한 구조작업을 위해 사고현장에 모이지 말고 집에 머물러 있으라는 정부의 당부방송에도 불구, 수만명씩 사고현장에 나타나 구경을 하는바람에 구조작업이 늦어지고 있는데 심지어 햄버거를 어정어정 씹으면서 구경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연인들은 근처 잔디밭에서 태연히 포옹을 하며 여유를 즐겼다는것.
○ 거국적인 구조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청년들은 5∼10명씩 무리를지어 약탈을 일삼기도 했다.
이들은 무장을 하고 수건등으로 얼굴을 가린뒤 보석상점이나 부유한 가정집에 들어가 약탈행위를 벌였는데「벨라스케스」 멕시코시티 시장은 『처참한 현실에 반하는 이같은 몰지각한 행위는 결코 용서받지못할 것이며 체포되는 약탈자들은 엄벌을 받을것』 이라고 경고했다.
【멕시코시티=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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