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지향하는 신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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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앙일보는 이제 거수가 되었다. 20개성상의 연륜으로 성목이 되기도 어려운 기간에 중앙일보의 성장은 파격적이었다.
창간 13년만인 1978년 발행붓수 1백만부의 거대신문이 된 것은 한국언론사엔 없던 일이다.중앙일보는 그보다 4년앞서 1974년엔 공인회계사에 의해 50만부돌파를 확인, 세상에 공표한 일도 있었다.
중앙일보의 약여한 발전상은 양적인 성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창간20주년을 맞는 오늘 신문사옥으로서 세계적 규모와 시설을 갖춘 신사옥의 준공은 지난20년의 웅비를 새기는 결정체요, 새로운 세기로 나아가는 의지의 표상이다.
이 순간 우리는 1965년9월22일 창간의 고고성과 함께 독자와 약속했던 창간이념을 반추하게 된다.
그것은 「건실한 기업적 토대위의 건전언론」을 표방했던 일이다. 기업적 기반이 약한 언론은 아무리 목소리가 커도 그것은 제 소리일수 없고, 아무리 우뚝솟아도 그것은 제 몸일 수 없다.
자주적 언론의 요건은 백마디의 화려한 수사보다는 튼튼한 기업적 뿌리를 갖는 일이 더중요하다.
중앙일보가 걸어온「자립 자강하는 신문」 의 길은 새로운 신문경영기법의 도입과 자본주의적 경영방식의 이행에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중앙일보의 일관된 언론정신이다. 그것은 창간과 함께 중앙일보가 천명한 사시에 나타나 있다.「정론」을 통해 국민에게 「내일에의 희망과 용기」 를 고취하고, 「불의」를 배격함으로써 「자유언론의 대경대도」를 구축하며,「이성과 관용」을 겸비한 「품위」있는 「민족의 목탁」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중앙일보 제작정신의 3대 지주였다. 20년동안 그 지주를지키는 일은 힘겹고 고된 역사였다. 그러나 국민의 간단없는 지지와 성원은 우리의 힘을 북돋워 주었다.
그런 뜻에서 오늘 중앙일보가 최대부수의 신문, 최고시설의 신문사가 된것은 국민의 영예요, 기쁨이다.
그동안 우리사회도 중앙일보의 역정이 그렇듯이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이룩했다. 국민소득 1백달러의 빈한한 국민경제는 이제 2천달러의 중진국 수준으로 비약했고, 수출은 2백배 가까이 늘어 3백억달러의 수출입국을 성취했다.
「보릿고개」가 이젠 잊혀진 말이고, 경제자립이 꿈이 아니며, 자주국방도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중앙일보는 사시아닌 정론을 통해 우리사회의 그와같은 발전을 고무하고 격려해 온것을 자랑스러운 기록으로 새긴다.
우리는 오늘 지나온 20년이 아니라 다가올 20년, 지금 이 세기가 아니라 새로운 세기를 생각하는 국민이 되었다.
그 21세기를 대망하며 우리는 아직도 성취해야할 일, 고쳐야할 일, 극복해야할 일들이 많다. 그중에는 지난 20년의 경제발전을 따르지 못하는 제자리걸음도 있었다. 내일의 정치와 도의문 사사화는 적어도 지금같아서는 안된다. 왜소한 정치, 일그러진 도의문화로 21세기를 맞기는 어렵다.
우리 국민경제는 불과 15년남은 금세기말까지 GNP 2천5백억달러의 규모로 성장할 것이다. 이때의1인당 국민소득은 5천달러를 기록한다. 중진국의 상위권수준이다.
우리사회는 여기에 걸맞는 균형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중진국다운 정치, 중진국다운 문화, 중진국다운 성숙의 면모를 가져야한다.
지난 20년동안의 무수한 시행착오와 무책임과 불합리 따위는 이제 버려야할 때가 되었다.
향후20년이야말로 민족웅비의 진운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정치구호속의 수사가 아닌 우리의 확실한 과제요, 실행이어야 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우리는 부지하세월을 또 기다려야 할 것이다. 오늘의 기술문명 속도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오는 세기는 태평양시대라고 말한다. 이시대의 주역은 역시 약진기세의 성장하는 나라들이다. 우리나라는「아시아의 호랑이」 로불리는 대만과 싱가포르와 홍콩과 함께 숨가쁜 뜀박질을 하고 있다. 승리를 위한 뜀박질이 아니라, 시대의 낙오를벗어나려는 생존을 위한 경주다.
서기2000년의 대만은 스웨덴수준의 국민소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1인당 GNP 1만5천달러의 야망을 뒤쫓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역시 1999년의 경제성장목표가 스위스 생활수준이다. 우리의 5천달러목표보다는 저만큼 앞서있다.
그러나 우리는 낙담하지 않는다. 그 어느나라를 보아도 우리보다 나은 현실은 없다. 수출환경이 그렇고, 국민의 의지 또한 우리보다 낫지 않다. 우리는 오히려 5천년을 살아온 강인성과 개척력이있는 대민족 이다.
문제는 그런 정신력의 결집, 희망과 용기의 고취, 미래지향의 진취성에 있다.
「성년」을 맞는 중앙일보는 바로 여기서 새로운 사명과 책무를 찾아야할 것이다. 그 에너지는 「제2의 창간」 을 다짐하는 우리의 의욕과 활력속에 축적되어 있다.
오늘 활화산과도 같은 중앙일보의 거탑은 새로운 각오와 새로운 출발의 이정표이기도 하다.
우리는 일찌기 창간사(1965년9월22일)에서 천명했던 지표가 있다.
『취재에 있어서의 객관성, 편집에 있어서의 가치판단, 논평에 었어서의 시비분별은 국민지의 기준에 입각하여 행하여질 것입니다.』
이 말은 20년만의 격언이 아니며, 중앙일보와 함께 영원히 살아있는 우리의 지침이 될 것이다.
다시금 그 동안 강호독자 제현의 한결같은 지지와 성원에 감사하며, 우리의 다함없는 노력을 약속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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