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잔 하자”…“수석실 카드 금방 끝나니 월초 불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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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과 김재원 정무수석(왼쪽)은 10일에 이어 14일에도 국회를 방문, 여야 지도부를 예방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에는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오후에는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났다. 김 수석이 우 원내대표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14일 국회를 찾았다. 이 실장은 취임 후 두 번째 국회 예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개원연설(13일)을 하고 난 바로 다음 날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에 모습을 보였다.

이원종·김재원 나흘 만에 또 국회로
오전·오후 두번 여야 지도부 방문
국회선 “여소야대로 달라진 모습”

지난 10일 정세균 국회의장 취임 인사차 국회를 방문했을 때 일정이 어긋나 못 만났던 여야 지도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번엔 여야 지도부가 있는 국회 본청은 물론 의원회관까지 ‘뺑뺑이’를 돌면서 6명을 면담했다.

이들은 먼저(오전 9시 30분) 국민의당 대표실로 향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청와대와 정부, 국회가 소통하고 협력하는 정치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한국 정치는 대통령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술술 잘 풀릴 수도 있고 정체될 수도 있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이 실장은 두 공동대표를 한껏 치켜세웠다. 안 대표에겐 “정치 지형을 (3당체제로) 바꾸셨는데 그 에너지와 역동성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천 대표에겐 “학생 때부터 (목포) 천재 소리 들으시고 따님 두 분이 다 고시에 합격했다니 아주 대단하시다”고 덕담을 건넸다. 천 대표의 장녀는 2004년 사법시험에, 차녀는 2005년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이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났다. 정 원내대표는 “당·청 간 최강팀을 꾸려보자는 욕심이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실장은 “정 원내대표가 ‘정치는 옆으로, 아래위로,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사다리 같아야 한다’고 책(『사다리 정치』)에 썼는데,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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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장과 김 수석은 점심식사 뒤엔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갔다. 김 수석은 “어제 국회 상임위원장들에게 축하 난을 다 보냈는데 2명(더불어민주당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 국민의당 유성엽 교육문화체육위원장)만 만나지 못해 다시 전달하러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났다. 우 원내대표가 “여야 간 합의된 내용이 청와대 반발로 뒤집히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이 실장은 “정부가 잘하는 게 있으면 칭찬도 가끔 좀 해달라”고 응수했다. 제1야당 원내대표와 정무수석 간엔 이런 문답도 오갔다.

“소주 한잔 해야지요.”(우 원내대표)

“(명함을 내밀며) 술값 내야 할 일 있으면.”(김 수석)

“정무수석실이 돈이 없어. 야당 의원들 밥 사야 하는 데 몇백만원 쓰니까 카드가 끝이더라고요.”(우 원내대표)

“일주일 쓰면 끝나니까 월초에 불러주십시오.”(김 수석)

국회 관계자는 “여소야대 정국의 달라진 모습”이라고 평했다.

글=현일훈·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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