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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만으론 한계…음원 플랫폼 만들고 ‘인디’ 키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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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요즘 국내 가요계에서는 ‘이종교배’가 한창이다. 그 중심에 아이돌 대형 기획사가 서있다. 소속사를 뛰어넘은 뮤지션 간의 협업은 기본이다. 이들의 러브콜이 홍대 음악씬까지 미치고 있다. 아티스트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기획사가 스토리 작가를 기용하는 일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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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호황이 있다지만 디지털 환경으로 인한 산업의 위기감은 아이돌 음악산업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오프라인 음반에서 온라인 음원으로 시장이 숨가쁘게 재편됐지만 음악적 다양성의 폭은 더 줄었다. 온라인 차트 상위권에 들지 않으면 금세 잊힌다. 그저 스타를 키워 좋은 곡만 내면 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전반적인 체질개선에 나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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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획사가 바뀐다. SM은 디지털 음원 채널을 만들었고 YG는 인디레이블을 설립했다. SM 의 ?스테이션’에서 음원을 공개한 웬디·에릭남과 윤아, SM 이수만 프로듀서. [사진 SM·YG엔터테인먼트]

◆자체 채널 시대=SM엔터테인먼트는 올 2월 디지털 음원 채널 ‘스테이션’을 론칭했다. 이수만 대표는 “정규·미니 앨범으로 발매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음원을 지속적으로 자유롭게 발매하겠다”며 “SM 소속 뮤지션 뿐 아니라 외부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등과 콜라보레이션하며 파격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가요시장도 디지털로 체질 개선
SM 자체 음원 채널 ‘스테이션’ 론칭
YG는 ‘하이그라운드’로 장르 확장

발표 당시만 해도 가요계 전반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디지털 음원 시장을 독과점하려는 대형 연예기획사의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18주가 지난 지금 스테이션은 총 18곡을 발표했다. 장르적으로 EDM·트로트·헤비메탈 등 댄스 위주의 아이돌 음악에서 벗어났다. 오프라인 활동을 전제로 하지 않고 디지털 형태로만 발표하다 보니 이종교배가 더 자유롭다. 윤미래·십센치 등 타 소속사 가수의 참여 뿐 아니라 아예 윤종수와 김숙처럼 예능인을 가수로 등판시키기도 했다.

SM의 이성수 A&R 본부장은 “스테이션은 좋은 음악을 선곡하는 라디오 DJ이자, 음악감독”이라며 “순위 차트 위주의 온라인 음원 시장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고민 하에 소속 뮤지션 개개인의 개성도 살리면서 다양한 음악의 아카이브를 쌓자는 차원에서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기획사마다 자체 브랜드 음원 채널을 만드는 움직임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가수 성시경이 소속된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는 디지털 음원 채널 ‘젤리박스’를 선보였다. ‘슈퍼스타K’ 출신 유승우와 ‘K팝 스타’ 출신 박윤하의 듀엣 곡을 내놓았다.

‘급변하는 음악시장에서 폭넓은 음악 장르로 대중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겠다’는 게 이들의 포부다. 동시에 플랫폼없이 콘텐트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의 산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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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획사가 바뀐다. SM은 디지털 음원 채널을 만들었고 YG는 인디레이블을 설립했다. YG 양현석 대표와 ‘하이그라운드’ 소속 검정치마와 혁오. [사진 SM·YG엔터테인먼트]

◆인디씬으로 다양화=로엔엔터테인먼트는 1일 인디레이블 ‘문화인’을 설립한다고 밝혀, 다시 한번 홍대 음악씬을 술렁이게 했다. 이미 2014년 SM이 인디레이블 ‘발전소’를 만들고, 지난해 YG엔터테인먼트가 비슷한 성향의 레이블 ‘하이그라운드’를 설립한 터다. 발전소의 활동은 다소 미미했지만 하이그라운드의 경우 혁오, 검정치마 등 주목받는 뮤지션을 활발히 영입하고 있다. 문화인의 경우 인디씬에서 잔뼈가 굵은 세 레이블(디오션 뮤직, 뮤직커밸, 에반스 뮤직)이 합쳐졌다. 이같은 움직임은 2007년 장기하와 얼굴들 데뷔 이후부터 본격화됐다. 십센치, 장미여관, 혁오 등 후발 스타들이 속속 나오면서, 대형 기획사들의 관심도 커졌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의 데뷔 비용이 수억원에 달하는데 비하면 인디씬은 그야말로 다양성이라는 매력을 갖춘 야생 텃밭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문화인 최원민 공동대표는 “해외에서는 대형 기획사와 언더그라운드의 교류가 활발하다”며 “우리로썬 대형 기획사의 네트워크와 자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려도 있다. 대형 기획사의 자본이 흘러들어와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다. 음악평론가 김윤하씨는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음악을 할 수 있다는 데 인디씬의 의미가 있는데, 대형 기획사 시스템이 들어와 오히려 판이 획일화될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스토리텔링 강화=요즘 대형 연예기획사마다 작가 채용에 분주하다. 작가들의 역할은 스토리텔링에 있다.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뮤지션의 이미지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JYP의 경우 작가를 기용해, 다소 비호감 이미지였던 한 아이돌에게 성실한 효자라는 스토리를 덧붙이는 데 성공했다”며 “미국의 경우 스토리텔링으로 스타들의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전문 업체까지 생기고 있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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