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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확장 단속 파장] "열에 아홉 개조했는데 어쩌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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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정부가 느닷없이 발코니(베란다) 확장을 단속하겠다고 나선 것은 불법 행위가 만연해 안전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의 경우 30% 이상이 발코니를 터서 확장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주상복합아파트는 아예 시공단계부터 대부분 확장형으로 설계한다.

건교부는 입주아파트를 중점적으로 단속하되 기존 아파트의 불법 확장도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단속에 어려움이 많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주택업체들과 불법으로 집을 확장한 소비자들은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업체들은 안그래도 청약열기가 식었는데 원칙대로 모델하우스를 꾸밀 경우 아파트 분양에 큰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확장하나=대부분의 주택건설업체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아예 모델하우스를 확장형으로 꾸민다. 분양 안내문과 광고에도 확장을 전제로 한 평면도를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발코니 불법 개조는 인테리어 업체가 소규모로 개조하는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주택업체들이 아예 모델하우스를 통해 불법을 조장한다는 게 건교부의 지적이다.

그러나 요즘 많이 나오는 주상복합아파트는 대부분 계약 때 별도의 확장 계약을 소비자와 하고 한꺼번에 시공을 한다. 불법 행위에 건설업체가 앞장서는 꼴이다.

최근 인기리에 분양된 서울 자양동 S주상복합아파트는 일괄적으로 확장 신청을 받아 건설회사가 시공키로 했다. 수원의 R주상복합도 발코니 확장을 분양가에 포함했다.

◇안전에 문제 있나=정부가 가장 문제 삼는 것이 안전이다. 현재 아파트 발코니 폭은 대개 1.5~2m선이다. 1990년대 초만 해도 평균 1.2m에 불과했으나 최근 들어 건축법이 바뀌면서 폭을 2m까지 넓힐 수 있다.

발코니 면적의 20%를 조경시설로 꾸민다는 조건이다. 32평형짜리 아파트 발코니 면적은 8~10평이기 때문에 확장할 경우 전용면적이 5평 이상 늘어난다.

하지만 아파트를 지을 때 확장에 따른 구조안전을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코니에 콘크리트 등 중량재를 깔면 무게를 못이겨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화재가 발생하면 안전지대가 없어 곧바로 위층이나 옆집으로 화재가 번질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업체.소비자 반발 드세=주택업체들은 건교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시장상황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반발한다. 대부분의 계약자가 확장형을 선호하고 있으므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택업체들은 발코니 확장이 준공 이후 개별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자재 낭비와 구조 훼손 등의 위험이 있으므로 아예 건설사가 자체적으로 발코니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주택협회는 최근 발코니 확장을 허용해 달라고 건교부에 건의했다.

H사 관계자는 "현재의 시공상태라면 웬만한 하중을 견디게 설계돼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며 "법과 현실의 괴리가 크기 때문에 확장 관련 조항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입주를 앞두고 있는 소비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인테리어 업체 등과 확장공사 계약을 했는데 단속에 걸리면 돈만 날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단속의 실효성 있을까=건교부 건축과 이용락 과장은 "정부가 어떻게 불법을 두고만 볼 수 있느냐"며 "강력한 단속을 통해 불법둔감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확장된 발코니의 적법성을 따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건교부가 노리는 것은 업체들이 모델하우스에 확장형 발코니를 설치하지 못하게 해 소비자들의 오해를 없애고 새 아파트 입주 전에 현장 점검을 통해 개조행위를 막자는 것으로 보인다.

황성근.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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