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상한제 폐지 나선 방통위…갤S7도 공짜폰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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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 이동통신 3사를 홍보하는 광고물이 붙어 있다. [중앙포토]

갤럭시S7을 곧 ‘공짜폰’으로 살 수 있을까.

어제 비공식 회동서 결론 못 내
조기 폐지 땐 ‘보조금 온기’ 돌 듯
야당 반대로 폐지까지 진통 예상

시행 3년째를 맞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의 핵심 조항인 휴대폰 지원금 상한제의 조기 폐지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0일 현재 상한선이 33만원인 휴대폰 지원금을 ‘출고가’만큼 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상한선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당초 내년 9월까지 유지될 예정이던 지원금 상한제가 조기 폐지되면 통신시장에도 다시 ‘보조금 온기’가 돌 가능성이 높다. 반면, 단통법 이후 가입자를 크게 늘린 알뜰폰과 중저가폰 제조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방통위는 13일 상임위원 비공식 회동을 갖고 지원금 상한제 폐지에 대해 논의했다. 상임위원들의 의견이 상한선 폐지로 모일 경우 16일 열릴 전체 회의에 이 논의를 붙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의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야당 측 위원들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요구에 떠밀리듯 지원금 상한선을 폐지할 순 없다”며 “방통위가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휴대폰 지원금 상한선은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에서 3년 간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조건으로 도입됐다. 출시 후 15개월 미만인 휴대폰에 대해 이통사가 지원금을 최대 33만원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번에 조기 폐지에 불이 붙은 데는 “정부가 휴대폰 보조금 자체를 제한하는 게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소비자 불만의 영향이 컸다. 상한선은 33만원이지만 상한선을 다 받으려면 최고가 요금제에 가입해야 해 대다수 소비자들은 ‘쥐꼬리 지원금’에 만족해야 했다.

이 때문에 값이 저렴한 중저가폰을 찾는 소비자가 늘긴 했지만 고가 휴대폰 수요는 확연히 줄었다. 결과적으로 80만원 이상의 고가 휴대폰을 판매하는 제조사들도 타격을 입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시장이 너무 침체돼 있어 업계의 불만이 크자 정부가 단통법에 손을 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금 상한제가 사라지게 되면 통신사와 제조사가 최신 고가 휴대폰에 파격적인 보조금을 실을 수 있게 된다. 일부 유통점들의 경우 통신사를 옮기는 번호이동 소비자에게만 보조금을 많이 주는 ‘스팟성 보조금’을 뿌릴 가능성도 있다.

다만, 단통법 내용 중 ‘한 번 공시한 보조금은 일주일간 유지해야 하는 조항’은 유지되기 때문에 통신사와 제조사가 무작정 보조금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지원금 상한제 폐지 가능성이 높아지자 알뜰폰 업계는 비상이다. 단말기 제조업체와 이통사가 지원금을 대폭 올릴 경우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를 끌었던 중저가폰 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재기를 준비 중인 팬택 같은 중저가폰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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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경쟁사 한 곳이 지원금을 대폭 올릴 경우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지원금을 높여 가입자를 뺏어오는 과거의 경쟁이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금 상한제 폐지까지 진통도 예상된다. 정부는 기존 단통법을 고치지 않고 방통위 고시를 개정하는 방식으로 지원금 상한제를 없애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 측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단통법 자체를 개정해야 할 수준이라고 맞서고 있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하위법인 방통위 고시만 개정하려는 것은 국회 논의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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