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의 "흐름"과 "내일"을 봤다|「한국양화 70년전」을 다녀와서…이대원<서양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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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973년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한국근대미술60년전」을 보고 느낀점은 회고전을 본 것 같은 인상이 짙었다. 「한국양화70년전」도 성격상으로나 출품작가들의 중복등으로 유사한 듯하나 이 회장을 나올 때의 인상은 전혀 다른것을 느꼈다.
내 나름대로 생각해 볼때 양자간에 약간의 차이는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자는 하한선을 1960년으로 잡고 후자는 1980년으로 되어있어 우선 20년의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만 해방 전에는 우리나라에 미술교육기관이 전혀 없어 부득이 일본에서 대부분 교육을 방은 몇몇 선각자들만이 직접 서양에서 교육을 받았다. 해방후에 우리나라는 대학미술교육의 발전과 아울러 많은 미술인구를 갖게되었다.
이 20년 동안에 다른 분야도 같겠지만 미술분야에 있어서도 많은 미술학도들의 해외유학, 그리고 작가들의 해외여행과 국제전 참가등으로 새로운 국제미술의 흐름과 작품에 접할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음을 알수있다.
이번 출품작가 중에는 30대후반까지 포함되어 있어 전람회의 참신성을 느끼게 한다.
해방전의 작품경향은 몇몇 독창성 있는 작가를 제외하고는 그당시 풍미했던 미술사조의 뒤를 따른 듯한 경향의 작품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해방후 교육을 받은 작가들의 작품은 그 전보다 더욱 빠르게 새로운 국제미술사조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전통과 교육을 토대로 슬기롭게 자기 나름대로의 독창성 있는 내용과 표현기법을 살려나간 우수한 작품들이 많다.
이 작품들이 즉석에서 전달하는 강한 호소력으로 인해 앞으로의 발전과 국제적 활동이 기대되는바 크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이「한국양화70전」을 보는 동안 회고전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오늘의 한국현대미술의 큰 흐름 속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된다.
이렇게 70년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볼수 있는 기회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최근의 흐름까지를 감상하고 내일을 내다보며 많은 기대를 걸수있는 사실은 이번 전시회의 큰 성과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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