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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전국 돌며 클린턴 지원 유세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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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난 그녀(힐러리)보다 이 사무실(대통령 집무실)에 더 적합한 사람이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난 그녀를 지지한다(I’m with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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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민주당의 사실상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사진) 전 국무장관에 대한 지지를 공식으로 선언했다. 또 오는 15일 경합지로 분류되는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위스콘신주에서의 유세를 시발로 클린턴과 전국을 돌며 지원연설에 나설 뜻도 밝혔다. ‘클린턴+오바마 대 트럼프’의 대결 양상이 될 전망이다.

캠프 홈피 통해 공식 지지 선언
현직 대통령 전례없는 총력 지원
젊은층 약점 클린턴 “세상 전부 얻어”

오바마의 이날 공식 지지 선언은 방식이나 시기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이고 치밀했다.

먼저 선언 방식. 오바마는 백악관에서의 연설이나 성명 발표가 아닌 클린턴 선거캠프 홈페이지에 3분16초짜리 지지 연설 비디오를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이번 선거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클린턴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스케줄도 치밀했다. 이틀 전인 7일 낮 비디오를 촬영한 뒤 클린턴의 경쟁후보인 버니 샌더스를 9일 오전 백악관으로 불렀다. 샌더스가 명예롭게 자진 사퇴할 수 있는 ‘마지막 길’을 만들어 주는 ‘격’을 갖춘 다음 준비된 비디오를 공개하는 순서를 취했다. 그 사이 클린턴 캠프는 오바마 지지 연설 영상에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을 지켜보는 장면, 여성 인권에 애쓰는 장면을 결합한 ‘감성 비디오’를 만들어 냈다.

연설문도 “유권자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절묘한 어법”(CNN)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난 이 일(대통령)이 얼마나 힘든지 안다. 그래서 난 힐러리가 그걸 잘 해낼 것임을 안다. 용기와 열정,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가슴이 있다. 그녀와 20차례 이상 토론을 했던 사람으로서 말할 수 있다”고 보장했다. 또 “난 빨리 (밖으로) 나가 그녀의 캠페인(유세)에 동참하고 싶다”고도 했다.

미국에선 연방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해치법(Hatch Act)’에 따라 연방공무원들이 ‘선거에 개입할 목적 또는 결과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자기의 권한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다만 대통령과 부통령은 예외다. 한국 상식으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실제 최근 30년 사이 미국의 현직 대통령은 본인이 재선에 나선 경우를 빼면 모두 일찌감치 후계 후보를 지지선언했다.

1988년 로널드 레이건은 경선에서 조지 H W 부시의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지지를 발표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부통령이던 앨 고어에 대해 첫 경선이 시작되기 무려 44일 전에 지지선언을 해버렸다.

다만 지지방식에서 오바마는 전임자들과 큰 차이가 난다. 미 공영방송인 NPR은 9일 “오바마처럼 현직 대통령이 직접 전국을 함께 다니며 지원연설에 나서는 ‘총력 지원’을 한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CNN은 “30대 이하 유권자에게 약점을 지닌 클린턴에게 젊은 층의 절대적 지지를 얻는 오바마의 지원이 결정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클린턴은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세상 전부를 얻은 셈”이라며 기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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