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국제역사학회의」참관기…차하순<서강대교수>|「막스·베버」역사관"집중해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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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5년마다 열리는 국제역사학회의가 금년에는 서독슈투트가르트에서 8월25일부터 9월1일까지 8일간 개최되었다. 이번회의에는 미국·소련·중공을 포함한 전세계 역사학자 약 1천명이 참가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해종교수 (서강대)를 비롯하여 논문발표자인 이기백교수 (한림대), 유영익교수 (한림대)등 20여명이 참석하였다 (북한에서는 논문발표자나 참가자가 전혀 없었다).
회의는 8월25일의 개회식에 이어 방법론·대주제·시대사·원탁토론등으로 나뉘어 진행되었으며 「코카」(J·Kocka)·「로시」(P·Rossi)·「몸젠」(W·J·Mommsen)·「홉즈봄」(E·Hobsbawm)·「벨러」(E·-U·Wehler)등 저명한 역사가들이 발표, 또는 토론에 참가하여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소련학자들이 회의진행에서 주도역을 맡고 있는데 비해 미국의 1급 역사가들은 별로 참석하지 않았고 영국의 고대사 권위인「핀리」(M·Finley)조차도 막판에 불참하여 논문을 대독시켰는데 이로 미루어 이회의에서 영·미학계는 상대적으로 격하되어 있다는 인상이 짙었다.
이러한 경향을 증명이나 하듯이 공식용어중 하나가 영어임에도 불구하고 독일어와 프랑스어가 모든 회의진행을 압도적으로 지배하였다. 그러므로 이 두 언어에 능통하지않은 역사가들의 참여는 사실상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첫날 개회식에서 제한된 붓수의 영역본이 배부될 때에는 1백여명이 와르르 배부장소에 모여드는 형편이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아무리 국제적인 모임이라하지만 일개 학술회의에 서독대통령이 직접 나와 연설한 일일 것이다. 그는 며칠전에도 다른 학술회의에서 연설하였다는데 대통령이 학술적인 회합에서 연설한다는 사실이 우리에게는 특이하게 느껴졌다.
이번 회의에서 방법론 부문의 주제는『「막스·베버」와 역사방법론』 『고고학과 역사학』『영상매체(필름)와 역사학』등이었는데 이중 첫번째 주제는 주최측에서 가장 역점을 둔것이며 「코카」「로시」「몸젠」「홉즈봄」등 권위있는 역사가들이 이에 참여하였다. 「코카」「로시」「몸젠」이 다같이 독일어로 발표하였으나 영역원고가 함께 배부되었다. 여기에 간단히 그내용을 요약해 본다.
「코카」는 이부문의 총론으로 약30분 발표하였다. 그는「막스·베버」가 진정한 이해를 얻기보다는 차라리 인용의 대상이되어 있는 실정을 전제하면서도 1차적으로 역사가가 아닌 「베버」가 던지는 역사적 문제를 다음의 두가지로 요약하였다. 첫째로 법제사·사회경제사와 관련된 저작을 통해서 「베버」가 고대사 내지 중세사연구에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나 종교사회학적 저술을 통해서 비교사적 연구에 영향을 끼친점, 둘째로 방법론및 문화료학에 관한 논문들을 통해 「베버」가 역사학연구에 기본적인 시사를 던졌다는점등.
「로시」(이탈리아 토리노대학교수)는 『 「막스·베버」와 역사-사회학적 방법론』에서 「베버」의 방법론이 지식일반에 관한 체계라기 보다 새로운 관점이 대두되는 학문적 위기(즉 「토머스·쿤」의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요청될 성격의 것이라고 한정시키고 그의 방법론은 20세기 초의 역사주의 논쟁이 활발할때 일반법칙을 수립하려는 그의 노력에서 유래하였다고 지적하였다.
「몸젠」(서독 뒤셀도르프대학교수)은 『「막스·베버」의 보편사개념』에서 최근 10년간 각별히 독일 역사가들의 논쟁대상이 되고 있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막스·베버」에게는 보편사의 개념이 없다는 통설을 공박하고 「베버」의 「순수유형」 체계는 보편사의 입장에서 구성되었음을 논증하여 「코카」 의 의견에 맞섰다.
이상의 발표에 대한 토론자들중 한사람인 영국의 사회사가 「홉즈봄」은 「베버」의 역사관이 「마르크스」에 비해서는 거론할만한 것이 못된다고 비판한 것은 과연 그다운 면모를 드러낸 점이라 하겠다.
끝으로 특기해야 할 일은 이기백교수가 고대사부문에서『한국고대사에서의 불교와 왕권』의 발표를 통해 다른 학자들의 깊은 관심을 모았으며 유영익교수는 현대사 부문에서 『근대 한국 민족주의에 대한 개신교의 기여』에서 각별한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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