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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복(伏)자의 새로운 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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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초복입니다. 오늘 보양음식을 찾는 사람들로 식당들이 북적거릴 것입니다. 지난해 '불여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우리 전통음식인 '보양탕'을 두고 시비를 걸었습니다. 그녀가 보양탕에 대해 시비를 걸기에는 우리 음식의 역사를 너무 모르는 게 뻔합니다.

그때 남도의 풍류 미식가인 송수권 시인께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 몸을 흰대머리 독수리들에게 내주는 일이다"고 뜨끔한 경고를 했었습니다. 사람의 몸도 지구에서는 푸드 체인(food-chain), 음식으로 보는 티베트 조장(鳥葬)정신을 예로 들어 그녀의 시비에 일침을 놓았던 것입니다.

오늘은 저도 그런 일침을 맞아야 할 것 같습니다. 보양탕을 먹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복날 하루쯤은 개를 생각하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집에 '영희'란 이름의 개가 살고 있는데 시인인 저도 개에게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특히 개가 제 자식을 낳고 기르는 본능적인 모성은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웠습니다. 복날, 개도 더위에 많이 지칩니다. 시원한 물로 개를 씻어주는, '사람(人)이 개(犬)를 보살펴 주는 복(伏)날'이 되면 어떨까요?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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