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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생각기술' 펴낸 미국 유학생 조승연 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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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창의력이 경쟁력인 상황에서는 남이 정해놓은 질서를 잘 지켜 높은 성과를 내는 '범생이'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정해진 규범을 뛰어 넘어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속칭 '날라리'가 필요한 것이지요. 한국 교육은 창의적이고 솔직한 사람보다 순종적인 사람만을 키우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전 한국 학생들이 불쌍합니다."

지난해 11월 출간돼 20만부나 팔린 '공부기술'의 저자 조승연(趙昇衍.23.미국 뉴욕대 스턴 비즈니스 스쿨 3년)씨가 오는 18일 '생각기술'(중앙M&B)을 펴낸다.

趙씨는 "진정한 공부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인데 공부에 끌려다니고 있는 한국 청소년들의 현실이 답답해 책을 쓰게 됐다"며 "이 책이 청소년들이 주체성을 회복해 공부를 지배할 수 있는 사고방식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 특히 생각을 얼마나 질적으로 다르게 하느냐가 인생의 행복과 성공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이미 일본의 최대 출판사인 고단샤(講談社)에 인세를 먼저 받고 '공부기술'의 판권을 넘겼다. 이 책은 일본에서 오는 10월께 출간될 예정이다. 趙씨는 '생각기술' 출간에 맞춰 오는 19일 오후 3시 서울 세종대 대양홀에서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록그룹 '넬'의 공연과 趙씨의 강연 등으로 진행될 행사의 입장수입 전액은 가출청소년 상담과 자퇴아 교육을 담당하는 한국청소년재단에 기부한다. 02-6473-2352.

그는 '생각기술'에서 우리 교육을 비판했다. "어른들이 자녀들에게 다른 것에 관심을 두지 말고 공부에 전념하라고 하는데 이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수용하지 말라는 편협한 사고방식입니다. 암기와 공식 풀이에만 힘을 쏟는 사람은 진정한 공부를 할 수 없습니다."

趙씨가 말하는 '생각기술'이란 뭘까. 그는 머리가 좋으냐, 나쁘냐는 것보다는 얼마나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생각이란 '운영'해야 하는 것입니다. 생각은 주변의 선입견, 자기 자신의 현실에 끊임없이 저항하고 싸우는 과정입니다. 그런 점에서 생각은 한가한 놀음이 아니라 치열한 노동이죠."

사실 趙씨는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분명 괴짜다. 중2 때 미국으로 유학간 그는 '수재'로 불렸다. 지난 학기 성적도 4.0 만점에 3.6으로 상위 5% 안에 들었다.

현재 틈틈이 줄리아드 음대 이브닝 스쿨에서 작곡도 배우고 있다. 피아노 연주.태권도.펜싱 등을 즐기고, 라틴어 .불어.독일어 서적을 원서로 본다. 고교 때 바텐더 자격증도 땄다.

친구들이 고등학교 때 그에게 붙여준 별명이 '공부 괴물'이라고 한다. "공부할 때 마치 스포츠를 즐기듯 열정적으로 몰입합니다. 책을 보다가 갑자기 책상 위에 있는 물을 마시고, 다시 의자를 한바퀴 돈 뒤 책을 보곤 하죠. 무척 산만해 보이겠지만 전 그 순간이 뭔가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죠."

그의 성공 뒤에는 KBS 아나운서로 20년간 활동한 뒤 현재 교육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는 어머니 이정숙씨의 남다른 자식 교육이 있었다.

"어머니는 제가 한국에서 중학교에 다닐 때 반에서 30~40등을 해도 공부하라고 닦달하지 않았어요. 대신 '너 좋으라고 공부하지, 나 좋으라고 공부하니?''공부하기 싫으면 평생 내 가방이나 들고 다녀'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저를 채찍질했습니다. 결국 그런 말씀이 독립심을 키워줬죠."

글=하재식,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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