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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 여교사와 국민께 사과” 머리 숙인 신안 주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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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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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의회 의원들이 8일 목포시 항동 사회단체회관에서 흑산도 여교사 성폭행 사건에 대한 재발 방지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의원들은 “누구나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신안군을 만들겠다”고 했다. [뉴시스]

전남 신안군과 군의회, 시민사회단체와 흑산도 주민들이 여교사 성폭행 사건 피해 여교사와 가족 및 국민 앞에 사과했다.

37개 지역 사회단체 성명서 발표
“범죄 예방 역할 다 못한 책임 통감”

신안군과 지역 37개 사회단체는 8일 ‘피해 여교사와 가족, 그리고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제목의 공동 사과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군민 모두가 (범죄 예방)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에 무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안군 등은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역민과 함께 하는 ‘범죄 없는 신안 만들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성폭력 예방 교육 등의 활동을 하기로 약속했다. 또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바다를 포함할 경우 서울 면적의 22배인 지역 특성을 고려해 신안경찰서 신설도 요구했다.

신안군의회도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건에 대해 황망하고 죄송스러운 심정”이라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의회 차원에서 집행부·교육청과 함께 강력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전남도교육청과 신안군교육지원청에 도서지역 교사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당부했다.

흑산도 주민들도 사과했다. 흑산면 주민자치위원회와 이장단협의회는 사과문을 내고 “일부 주민이 엄청난 사건을 저지른 점에 대해 지역 주민들 모두가 피해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특히 “주민들과 학생들을 위해 고생하시는 피해 여교사를 비롯한 학교 선생님들께 죄송하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특단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작 고길호 신안군수는 성명서 발표 현장에 부군수를 보내고 직접 참석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고 군수는 신안군의 다른 섬들을 관광지로 만들겠다며 투자업체 관계자들과 함께 이날 자은도를 방문했다. 이번 사건 소식을 접한 지난달 27일 이후 현재까지 흑산도를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다. 신안군 관계자는 “미룰 수 없는 중요 일정들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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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교사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종사자, 공기업과 사기업 지방출장소 직원 등 단독 거주하는 분들에 대한 안전 문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경찰청·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달 중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의 1인 거주 여교원은 1121명이고, 이들이 거주하는 관사는 364곳이다. 교육부는 이번 주 중 각 시·도 교육청을 통해 관사의 폐쇄회로TV(CCTV) 및 방범창 등 안전시설 현황을 점검하고 다음주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신안=김호 기자, 남윤서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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