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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흐름 한눈에 볼수있는 "보고"|호암갤러리「한국양화 70년전」을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어느 원로화가는 말했다. 마치 보석창고 속에 들어와 있는것 같다. 아니 더욱 정확한 표현으로는 보석뿐만 아니라 그 무엇하고도 바꿀수 없는것들로 가득한 곳이다.
호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양화70년전」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이 원로작가로 하여금 그 무엇이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을까. 과연 보석보다도 더 귀한 전람회였는가. 마침 올해는 이땅에 서양미술이 수용된지 70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다. 그동안 숱한 작가의 명멸과 더불어 한국미술은 그 내용을 쉴새없이 확산시켜왔다.
미술 홍수시대라는 말로도 지칭되듯 오늘의 미술계 상황은 불과 한 세대전과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다르다.
미술인구의 급증은 물론 숨이 가쁠 정도로 미술계는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진실로 그런데. 문제는 단순치가 않다.
미술적 물량이 폭주하고는 있으나 우리의 과거를 반성하고 재정리할 기회는 드문 편이었다.
이번 70년전은 첫 공개되는 작가와 작품이 상당수 있어 각별한 눈길을 모으고있다.
특히 일제시대의 작품 30여점은 경외감마저 일으킬 정도다. 그만큼 남겨진 지난날의 작품이 희소하기 때문이다.
나혜석을 비롯, 서동신·김종태·황술조·구본웅·이제창·서진달·이인성·김용조·김중현 등 근대미술사의 공백기를 채워 줄 작가들과 마주설 수 있음은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파리에서 결혼, 같은해 (1930년) 귀국하여 부부전을 가졌던 임용련·백남순작품은 더욱 소중하다. 하나씩밖에 남아 있지 않은 이 작품앞에서 해외로부터 일부러 참석한 후손들은 보는이로 하여금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처음으로 집대성된 한국양화의 체계적 정리는 전람회장을 한결 무게있게 했다.
도입기로부터 80년대의 신구상 회화까지 다양한 작품내역은 글자그대로 한국양화사의 압축과도 같다.
80명의 엄선된 작가에 1백여점의 작품이 이를 입증한다. 게다가 대표적 양화가로 꼽히고 있는 박수근의 특별전시는 금상첨화가 아닐수 없다.
쉽게 볼수없었던 스케치를 포함하여 30여점의 작품은 박수근예술의 정수를 가름하게끔 배려되어 있다. 앞서 보석창고에 들어와 있는것 같다는 한 화가의 표현이 결코 허세가 아님을 실감할수있다. 실제로 그림값을 시가로 환산해봐도 쉽게 짐작할수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우리의 대표적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재조명의 기회를 제공했다는데서 70년전은 오래 기억될 전람회가 아닌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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