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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퇴짜 맞은 '반품'도 잘 나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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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혹시 "반품된 물건을 다시 포장해 신제품으로 팔 수 없나" 하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거예요. 하지만 일단 팔린 물건은 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신제품으로 다시 팔 수 없답니다. 그래서 반품이 많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그 같은 반품을 처리하는 전문 쇼핑몰이 필요한 거예요.

온라인 반품시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 등 온라인 유통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반품 규모도 크게 늘면서 이를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 위축으로 싸고 질 좋은 제품을 사려는 알뜰족들이 반품 판매 사이트에 몰려들면서 반품 사이트는 네티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대학생 박상진(28)씨는 얼마 전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옥션(www.auction.co.kr)에서 우연히 반품 관련 코너를 보고 이곳을 클릭했다.

이 코너에서는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반품된 컬러 프린터가 시중가보다 30~40%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박씨는 마침 원하던 상품이 나와 있어 기쁜 마음에 이 제품을 바로 구입했다. 중고품보다 비쌌지만 새상품을 사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1년 전 미국에서 반품된 노트북 PC를 산 적이 있었는데 미국에서 크게 활성화되고 있는 온라인 반품 시장이 한국에도 등장한 것이 반가웠다"면서 "반품 제품은 중고품과 달리 애프터서비스 기간도 있고 제품도 새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좋다"고 말했다.

그동안 폐기되거나 '땡처리'업자에게 넘겨지기 일쑤였던 반품이 '반품'이란 '꼬리표'를 달고 온라인에서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반품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업체들은 정식 유통 경로를 통해 물건을 되팔 수 있어 좋고 소비자들은 질 좋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TV 홈쇼핑.인터넷 쇼핑몰.카탈로그 판매업체 등의 경우 전체 판매 상품 대비 반품율은 10~30%에 달한다.이에 따라 업계는 10조원을 넘는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을 고려할 때 반품 시장은 약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품, 왜 인기인가=그동안 '반품'이라는 꼬리표는 상품에 대한 부정적인 뜻으로 작용해 왔다. 성능 결함이나 외형상 흠집 등이 반품의 이유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쇼핑몰, TV 홈쇼핑, 카탈로그 쇼핑 등에서 물건을 직접 보지 않고 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반품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제품에 결정적인 결함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제품의 색이 사진과 다르다'거나 '생각했던 물건이 아니다' 는 등 단순히 마음이 바뀐 게 반품의 중요한 사유가 되고 있다. 따라서 반품된 물건이라고 해도 하자가 있는 제품은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인터넷 쇼핑몰과 TV 홈쇼핑 업체에 따르면 반품된 상품의 50%는 포장도 뜯지 않고 반품한 '단순 변심'에 의한 것, 30%는 포장을 뜯어 상품을 확인한 뒤 반품시키는 경우, 나머지 20%는 의류처럼 몇 번 입어보거나 단기간 사용한 뒤 반품 처리된 사례다.

LG홈쇼핑 관계자는 "현재 반품된 제품 중 제품에 하자가 있어 반품한 경우는 1% 내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온라인 반품'은 제품의 결정적인 결함보다는 소비자의 '변심'에 의한 반품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유통 경로만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품이지만 정상제품 못지않은 상품을 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 상황이다.

현재 반품 제도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착된 상거래 방식으로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월마트 등 대형 오프라인 업체에도 '반품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어 이런 상품만 찾아다니는 '반품 매니어'가 생겨날 정도다.

◇온라인에서 대접받는 반품=업체들에 '미운 오리'였던 반품이 온라인에서는 '백조'로 변신하고 있다. 최근 옥션의 컴퓨터 카테고리 내 인기 검색어 순위에는 '반품'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등장했다.

이 단어는 최근 옥션이 반품 행사를 한 뒤 일주일 만에 검색어 순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입찰 경쟁도 치열하다. 옥션의 천원 경매의 경우 일반 신상품의 경쟁률이 평균 20~30건인데 비해 반품 행사의 평균 입찰 경쟁률은 45건 정도다.

인터넷 쇼핑몰인 유니즈(www.uniz.co.kr)는 이달 중 반품 전문 쇼핑몰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2001년 12월부터 일부 코너를 통해 TV 홈쇼핑에서 반품된 제품을 판매해 왔지만 최근에는 이용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접속자가 폭주해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이 회사의 박종관 마케팅팀장은 "예전에는 프린터 등 반품된 제품을 트럭 단위로 무게를 재 '땡처리'를 했다"면서 "요즘에는 반품을 시장판매가의 70~80%에 팔 수 있어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1년에는 한달 매출이 3천만원에 불과했지만 요즘에는 하루 매출이 2천만원을 넘어서고 있다.현재 이 회사 전체 매출 가운데 반품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달한다.

반품 전문 쇼핑몰인 반품닷컴(www.vanpum.com)은 지난 4월 문을 연 뒤 불과 3개월만에 회원이 3만명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사이트는 2천~3천가지의 반품을 시중가보다 10~70% 싸게 팔고 있다. 요즘에는 특정 제품에 대해 반품이 나오면 사겠다고 미리 구매 예약한 회원이 3천명 가량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이 사이트 운영사인 이게이트커뮤니케이션스 이원용 사장은 "예전 전자업체의 온라인 총판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반품 처리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다 반품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반품 취급 사이트는 옥션.유니즈.반품닷컴 이외에도 SK디투디(www.skdtod.com).TG랜드(www.tgland.co.kr).트레이디포(www.tradepot.com) 등 종합 인터넷 쇼핑몰과 이월재고품 거래사이트인 하프클럽(www.halfclub.com)도 반품 판매 행사를 실시하는 등 온라인 쇼핑몰의 반품 판매가 확산하는 추세다.

김창규 기자

***포장과 내용물 일치하나 확인을

반품 상품은 반품된 제품을 다시 손질하거나 새로 포장해서 되파는 것을 말한다.반품은 특성상 반품된 흔적이 남아있기 마련이다.박스를 뜯은 흔적이 있거나 제품에 일부 흠집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가전제품의 경우 제품 포장물과 내용물이 일치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휴대전화는 액정화면에 등록된 이름이 있는지 확인하고 배터리 용량이 없을 경우에는 이미 사용한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

휴대전화 초기 배터리 상태는 약 두칸 정도 올라와 있는 경우가 보통이다.의류는 세탁한 흔적이 있는지 자세히 살펴야 한다.

또한 반품 판매업체가 제품 결함에 대해 애프터 서비스를 해주는 지,구매자 보호장치 등이 잘 마련돼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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