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4) 간염후 신경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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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B형 간염으로 진단되어 치료를 받고 완치되었다는 의사선생님의 결론을 들었으나 어쩐지 더 피로하고 입맛이 없으니 혹시 만성화된 것이 아닌지요 『간기능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을 때마다 체크하는 수치의 변동이 심하니 검사치를 어디까지 믿어야 합니까』 하루에도 수없이 듣게되는 환자의 질문이다.
간염은 일단 만성화되면 간기능검사상 이렇다할 뚜렷한 이상이 나타날 정도가 아닌 한 특이한 증상이 없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도 급성간염을 앓은 후 간조직검사나 기능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사람에서 오히려 지나친 피로감·식욕부진 등을 호소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된다. 이런경우 흔히 간질환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에서 오는 「간노이로제」 또는 「간염후 신경증」이라고 한다.
만성감염인가, 간노이로제인가에 대한 확증을 내리기 위해서는 계속적이고 주기적인 여러가지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만성간염인 경우 간기능검사상에 변동이 있게 마련이며 여러가지 조건에 따라 검사치에 변동을 볼수 있으므로 의심이 나면 2∼3주일 간격으로 2∼3회 되풀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위 간노이로제시 문제되는 것은 실제로 비교적 가벼운 간장애가 있는 상태에 덧붙여 지나친 걱정·근심, 또는 간질환에 대한 잘못된 의학상식을 갖고 있을 때다. 이 병원 저 의원을 전전하면서도 좀처럼 호전되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환자를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낀다. 간기능검사의 얕은 지식만으로 GOT가 전전주에 60이던 것이 지난주에 90이 되었다가 다시 60으로 돌아왔다고 숫자에 일희일비하는 경우도 자주 보게되나 간의 검사는 매우 예민하여 그 검사치의 진폭도 검사자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같은 수치가 다소 높고 낮다고 해서 그때마다 예민하게 반응할 것은 못된다.
간의 이상여부는 간의 상태, 환자의 일반상태, 그리고 간기능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판단하게 되므로 환자 자신의 속단은 병치료에 결코 좋은 영향을 줄수가 없다. 수많은 작용을 가진 간에 대해 한두가지의 검사만으로 판단을 내린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GPT·GOT 등 검사에 의해서 간질환의 발견이나 활동성의 판단이 매우 용이하게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예민한 검사결과를 그때 그때 해석해 가면서 간노이로제에 휘말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래서 검사결과 수치에 대한 판단과 해석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환자는 부분보다는 전체를 볼수 있는 병의 흐름을 살펴야 할 것이다.
재생력이 강한 간이 질병을 이기기 위해 힘쓰는데 정작 그 주인이 지나친 두려움을 갖는다면 간에는 아무도움이 안된다.
문한규 <부산대 의대학장·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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