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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있는 자세보이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일정기각료회의는 보다 발전적인 양국관계개선에 도움이 되도록 실질적이고 성의있는 접근자세가 요구되는 싯점에 와있다. 그리고 이 같은 자세의 정립은 양국 현안문제들의 기본성격상 일본측에 더 많이 귀착되는 주문이다.
적어도 지난 열두번의 각료회의를 두고 판단할때 우리는 이 회담이 당초 양국정부와 국민들이 기대했던 관계개선과 현안의 해결 내지는 진전에 그게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며 따라서 지금까지의 형식적·관례적 회담패턴이 달라지지 않는 한 한일각료회담의 정례화자체가 무의미 해질수 있음을 우려한다.
이번 회담이 우리의 특별한 관심을 모으는 것은 양국 국교재개20주년에 열린다는 사실이 아니라 양국의 최대 현안과제인 재일교포의 처우개선문제가 지문날인 사건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첨예하게 부각되어 있는점과 연내의 숙제가 되어온 무역불균형문제가 양국간의 정상적인 교역확대에 중요한 장애가 될 만큼 심각한 상황에 와있기 때문이다.
양국정부의 고위각료들이 모여 세계정세와 한반도주변상황을 정례적으로 점검하고 정치·외교·안보적측면에서의 견해차이를 좁히는 노력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양국이 함께 해결해야할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현안과제들 또한 이에 못지 않은 중요성을 갖는다.
이번 회담에서의 우리측 최대관심사인 재일교포 처우문제만 해도 지문날인을 둘러싼 그동안의 다양한 채널의 외교협상이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이번 각료회의에서도 일본측의 성의를 기대할만한 조짐이 없어 보인다. 재일한국인 3세의 법적지위문제도 일본측의 소극적 자세가 크게 달라질지 의문이다. 그러나 이 현안과제들은 시간을 끌수록 양국관계에 더 큰 장애를 만들어낼 수 있는 문제이므로 이번 회담에서 강력한 문제제기와 개선이 반드시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 관심사인 무역불균형문제는 무엇보다도 일본의 차별적 무역정책의 시정이 촉구돼야하며 최근 들어 취한 일련의 시장개방정책이 제한적·형식적임을 강력히 지적해야한다. 한일무역의 불균형은 개방의 대상이 극히 제한되고 흉내에 불과한 그들의 시장자유화조치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므로 보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대한시장개방과 규제의 철폐내지 완화가 거듭 촉구돼야할 것이다.
일본의 시장개방 제스처가 구미와의 강한 무역마찰에서 비롯되었던 점에 비추어 일본의 시장정책은 앞으로도 지향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은 짐작하기 쉬운 일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강력한 외교통상 교섭을 벌이는 한편으로 국내적인 대응노력을 함께 강구하고 장기적으로 대처하는 수단을 확보해 가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측이 긴요하게 요구해온 첨단기술 이전문제는 정부간 협력에서의 진전기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간기술을 포함한 핵심과제들은 미해결의 상태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주요현안과제들을 두고 볼때 이번 회담도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양국수뇌들이 다짐한 한일관계의 새 시대는 계속 앞으로의 숙제로 남게될 것 또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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