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하경 엄마, 이따 알지?" 탈 많았던 '반상회' 끝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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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O] 반상회/ "하경엄마, 이따 알지?"

#1
‘반상회에서 불순분자를 색출하라!’
주민 자치 조직 '반상회'는
1917년 일제 강점기 당시
일장기 게양, 신사참배, 일본어 사용 등
조선인 통제 장치로 처음 등장했습니다.
사진설명: 일제강점기의 태평로 사거리

#2
해방 후 각 시도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던 반상회가
전국적 '행사'로 등장한 건 1976년
박정희 정부는 매달 마지막 날을 ‘반상회의 날’로 정했습니다.
사진설명: 1977년 대구 산격동, 최초의 반상회 전용 공간 ‘반상회의 집’

#3
1976년 5월 31일 저녁 6시에 전국에서 일제히 열린 첫 반상회의 주제는
‘장발 단속’, ‘새 주민증 휴대’를 비롯한 총 8가지 안건

#4
당시 정부는 '출석부'를 만들어 참석을 강제하고
반상회 참석자는 민방위 훈련을 면제해줘 논란이 일었는데요.
사진설명: 1979년 3월 30일, 반상회에 참석한 서울시장 구자춘

#5
“자율성이 배제된 반상회는 정치에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6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직후 열린 반상회에서는
김일성 허수아비를 만들어 무려 149차례 화형식을 갖고 희생된 미군의 명복을 빌기도 했습니다.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감독하던 미2사단 아서 보니파스 소령과 마크 버렛 대위를 북한군이 도끼로 살해한 사건

사진설명: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7
당시 서울을 제외한 전국 10개 시·도 반상회를 통해 모인 방위성금은 무려 1억2천7백만원*
*당시 내무부 발표
사진설명: 1976년 8월 26일자 중앙일보 ‘집집마다 성토한 북괴만행’

#8
1981년 일어난 ‘이윤상군 유괴사건’* 당시에는
파출소별로 반상회를 소집해 주민들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설명: 이윤상 유괴살인사건 현장검증 지켜보는 주민들
*중학생이던 이윤상군이 같은 학교 스승 주영형에게 유괴돼 살해된 사건

#9
'동네 민원 해결'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1980년대 신군부 체제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반상회
사진설명: 1980년 8월 22일, 전역사 읽는 전두환 국가보위위원회 상임위원장

#10
“깡패는 모두 소탕하고 국민의 소리는 꼭 듣도록 하겠다”-전두환 전 대통령
'반상회야말로 도시에 꼭 필요한 제도'라며 대통령이 직접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설명: 반상회 참석한 전두환 대통령 내외

#11
그러나 지역 사회 문제를 건의하고 민원을 해결하는
반상회의 본래 목적이 변질됐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12
“한 달에 한번 모여서 기껏 하는 일이 자기집 자랑이나
새로 산 옷 자랑 아니면 시어머니 흉보기 등 낯간지러운 일들이 많다.
데려온 아이들이 이방 저방 몰려다니며 떠들어 도무지 회의 기분이 안 난다.”
-1981년 11월 26일자 중앙일보

#13
“평당 2백만원 이하로는 팔지 말자”
“현재 평당 80만원을 1백만원이상 끌어올리자”
주민들이 반상회에 모여 집값 담합을 한 후
게시판에 이런 내용을 써 붙여 집값 상승을 부채질 하기도 했습니다.

#14
‘정주영 홍차’*, ‘전두환 주스’**
반상회는 소문의 근원지이기도 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단지에서는 반상회를 통해 약효도 증명되지 않은 ‘건강음료’ 붐이 일기도 했죠.
*버섯모양을 한 약초를 홍차에 넣어 발효시킨 음료
**구아바 열매로 만든 과일주스
사진설명: -

#15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반상회.
1995년에 처음으로 반상회를 폐지한 지자체*가 등장했습니다.
*대전 중구청과 김천시
사진설명: -

#16
그러나 반상회는 여전히 도시 곳곳에서
주민들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설명: 1994년 10월 17일

#17
주민들이 함께 취미를 공유하는 ‘문화 반상회’뿐 아니라
자영업을 하는 주민이 동네 상권을 소개하는 ‘경제 반상회’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밴드 반상회’도 있다는데요.
사진설명: 송파구 방이2동의 문화 반상회

#18
시대에 따라 모습은 변하지만 오랜 시간 지역사회를 묶어줬던 ‘반상회’
당신의 마지막 반상회는 언제였나요?
사진설명: 2011년

취재·구성 임서영
디자인 주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