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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를 아는 사람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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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호 30면

법에 대해 문외한이라 무척 조심스럽다. 옛날 어른들은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 착한 사람이며 행복한 사람이다”란 말씀을 많이 했다. 실제로 보통(?)사람은 법을 잘 알지도 못하고 법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다. 법을 모르고 살면 좋은 것일까.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조선시대에도 거래·소송을 문서를 작성해서 행하였는데 그 문서의 형식이 상당히 복잡했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소송 당사자가 관사 주변에서 타인의 소송을 교사 또는 유도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를 고용하여 대리 소송하는 일을 허용했다고 한다. 변호사(辯護士)는 사전적인 의미로 법률에 규정된 자격을 가지고 소송 당사자나 관계인의 의뢰 또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피고나 원고를 변론하며 그 밖의 법률에 관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요즘 기업가와 변호사 사이의 성공보수 수임료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수임료나 보수가 수십억 내지 수백억원에 이른다는 이야기에 어느 세상의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다. 평범한 사람들은 자괴감을 넘어서 인생의 비애를 느끼기도 한단다. 변호사 2만 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한 달에 300만원짜리 사건을 하나도 맡지 못하는 변호사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예의염치(禮義廉恥)’라는 말이 있다. ‘예(禮)’는 사람이 지켜야 할 법도를 넘어서지 않음을 뜻한다. ‘의(義)’는 자기 욕심에 얽매임이 없이 올바르게 행하려고 진력하는 자세를 말한다. ‘염(廉)’은 사악함을 몰래 감추지 않고 ‘치(恥)’는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다. ‘염치’란 사람이 자기 자신을 성찰하여 인격을 수양하는 바탕이고, 몸가짐이 청렴하여 맑고 깨끗하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염치를 안다”는 것은 그릇된 욕심을 자제하지 못하거나 유혹을 과감히 물리치지 못하였으면 남에게 들키지 않았더라도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뉘우치는 자세이다.


어려서부터 염치를 아는 습성을 기른 사람은 살아가면서 간혹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그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는다. 요즘 시끄러운 이들뿐일까. 모든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책임이 큰 사람일수록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권세가 높을수록 타인의 생명이나 자유를 존중할 의무에 관하여 훨씬 더 큰 도덕성이 강조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자기 자신을 수양함으로써 극기하고 제어하는 사람이라야 가족들이 고루고루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보살필 수 있고, 그러한 덕망있는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면 세상이 태평하고 만백성이 축복을 받는다는 뜻이다. 그 반면에 수양이 덜 된 사람이 권력을 쥐게 되면 악으로 기우는 경향 때문에 권력을 남용하게 되고 그 결과 많은 백성이 고통을 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을 지도자들에게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일까. 뉴스에서는 오늘도 누군가의 절규와 울부짖는 소리가 전해진다.


허영엽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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