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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3500명 “파이어~파이어” 떼창…파리의 밤 홀린 K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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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유럽서 처음 열린 한류 행사 KCON
블락비·샤이니·에프엑스 등 무대
10만원 안팎 티켓 3시간 만에 매진
150년 만의 홍수에도 소녀팬들 몰려
한식·K뷰티·관광 체험존도 마련

파이어~파이어~싹 다 불태워라. 바우 와우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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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콘서트가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르코호텔 아레나에서 열렸다. 현지 젊은이들이 한국 아이돌 가수의 춤과 노래를 따라하며 열광하고 있다. 이날 공연은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두 나라 문화·기업 교류의 핵심 행사로 마련됐다. [파리=김성룡 기자]

지난 2일(현지시간) 오후 8시 프랑스 파리 아르코호텔 아레나 공연장. 공연장을 가득 메운 1만3500명의 현지 젊은이들은 한국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를 따라 불렀다.

관객들은 방탄소년단·블락비·샤이니·FT아일랜드·에프엑스·아이오아이 등 무대 위 한국 아이돌 가수의 표정과 손짓 하나하나에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수의 율동을 따라 했는데 발 진동에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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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줄

이날 콘서트는 CJ그룹이 주요 지역을 돌며 진행하는 문화행사 ‘케이콘(KCON)’의 백미로 유럽에서는 처음 열렸다.

케이콘은 대형 콘서트를 중심으로 드라마와 영화 등 한류 콘텐트, 음식·정보기술(IT)·패션·뷰티 등 국내 기업 제품 컨벤션(전시관)을 결합해 한자리에서 한류의 모든 것을 맛보고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히 올해는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두 나라 문화·기업 교류의 핵심 행사로 진행됐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한불클럽 회장인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윤종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입양된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 등도 케이콘 현장을 찾았다.

신라면을 든 프랑스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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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은 K푸드·K뷰티·K관광·K교육 체험존으로 꾸려졌다. 한국 중소기업 40여 곳도 참여해 한류 마케팅을 펼쳤다.

박 대통령은 콘서트 관람에 앞서 한류 스타 샤이니 멤버 민호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장을 둘러봤다. 박 대통령은 민호가 “대통령님의 피부가 좋으신 이유가 한국 화장품을 쓰셔서 그런 게 아닐까요”라고 말하자 “한국 화장품이 기술도 뛰어나고 좋은데 알려지지 못해 안타까운 점이 있다”며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50년 만의 홍수로 센강 유람선 운행이 중단되고 루브르 박물관까지 휴관한 와중에도 행사장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소녀팬들은 시간대별로 진행된 한복 패션쇼, 뷰티 메이크업쇼에 큰 관심을 보였다.

춤추는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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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는 사브리나(15·여)는 “한국의 모든 게 멋있다”며 “한류 스타는 춤 실력이 뛰어나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영상을 보며 따라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을 좋아한다는 마농(16·여)은 “한국 드라마는 대사에 인생의 교훈 같은 것이 있다”며 휴대전화를 꺼내 드라마 실시간 보기 앱을 보여주기도 했다. 수잔나(16·여)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붓글씨 작품을 받아들고 “너무 아름답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2012년 시작된 케이콘은 미국·일본·아랍에미리트 현지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었지만 유럽, 그것도 세계 문화의 원류로 자존심이 높은 파리에서 한류가 통할지 우려가 많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 장에 10만원 안팎 하는 콘서트 표는 3시간 만에 매진됐고 낮부터 1㎞가 넘는 줄이 이어졌다. 공연장 근처 카페에서 만난 마르트네(71)는 “손녀가 방탄소년단 팬이라 프랑스 철도 파업에도 불구하고 니스에서 버스로 올라와 아침 10시부터 기다리고 있다”며 “티켓이 비싸서 나처럼 자녀나 손주는 공연에 보내고 자신은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실제 프랑스는 5~6년 전부터 K팝과 영화 등을 중심으로 한류가 불기 시작해 단순한 유행이 아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한국 방송의 프랑스 수출액은 2012년 7812만원에서 2014년 7억6110만원으로 2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 화장품 수입 규모도 지난해 218억원으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1위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화장품 업체 투쿨포스쿨의 조혜신 대표는 “한류와 K뷰티의 영향력을 패션이나 유관산업에 효과적으로 전파한다면 유럽에서 기업들이 사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10~20대 여성 중심인 한류 소비층을 넓히는 일이다. 현지 행사 관계자들은 현지 시장조사를 통해 성별과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문화 콘텐트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콘을 주관한 CJ E&M의 신형관 엠넷콘텐츠부문장은 “문화가 중요한 건 다른 산업으로 열기를 이어갈 수 있는 교두보이기 때문”이라며 “당장은 수익이 저조하지만 제조업 이후 차세대 먹거리 산업을 찾는다는 장기적인 비전으로 케이콘 투자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리=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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